[한자 이야기]<88>閉門造車

  • 입력 2006년 8월 7일 03시 07분


이상(理想)은 현실을 초월한다. 그러므로 이상은 삶의 일반성을 무시할 수 있다. 이것이 이상의 권리이며 가치이다. 이상의 맞은편에는 항상 현실이 존재한다. 현실은 이 세계에 존재하는 것, 이 세계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을 중시한다. 현실의 중요성을 나타내는 ‘閉門造車(폐문조거)’라는 말이 있다.

‘閉’는 ‘닫다’라는 뜻이다. ‘閉幕(폐막)’은 ‘막을 닫다’이므로 ‘끝나다’라는 뜻이며, ‘密閉(밀폐)’는 ‘촘촘하게 닫다, 빈틈없이 닫다’라는 뜻이다. ‘密(밀)’은 ‘빽빽하다, 촘촘하다’라는 뜻이다. ‘門’은 ‘문’이라는 뜻인데, 자연스럽게 ‘집안’을 의미하기도 한다. ‘家門(가문)’은 ‘한 집안, 일가, 친척’이라는 뜻이다.

‘門’은 또한 ‘어떤 부문, 직업 혹은 학술의 한 분야’를 뜻한다. ‘入門(입문)’은 ‘어떤 부문, 직업, 혹은 학술의 한 분야에 들어서다’라는 말이 된다. ‘造’는 ‘꾸미다, 만들다’라는 뜻이다. ‘造作(조작)’은 ‘꾸며 만들다’라는 말이므로 안 좋은 일을 할 때만 사용된다. ‘造船(조선)’은 ‘배를 만들다’라는 말이다. ‘車’는 ‘수레’라는 말이다. ‘車’가 ‘수레’라는 의미로 사용되면 과거에는 ‘거’로 발음한다. 요즈음에는 ‘차’로 읽기도 한다. 이상의 의미를 정리하면 ‘閉門造車’는 ‘문을 닫고 수레를 만든다’라는 말이 된다.

문을 닫고 수레를 만들면 어떻게 되는가? 힘들여 만든 수레가 문보다 크다면 수레를 어떻게 가지고 나가겠는가? 문을 부수고 나갈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문을 부술 수는 없지 않은가? ‘閉門造車’는 바로 이러한 상황을 나타내는 말이다. 그러므로 모든 일을 시작할 때는, 일이 완성된 후에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반드시 점검해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개인의 삶의 계획도 그러하며, 가정의 일이나 나라의 모든 일도 예외가 아니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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