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 민화와 일본 에도(江戶)시대 우키요에(浮世繪)를 비교해 보세요.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일까요?”(최 교사)
한 학생이 손을 들고 대답했다. “민화는 주로 자연을 소재로 한 것 같고 우키요에는 초상화가 많은 것으로 봐서 좀 더 인간을 중심에 놓고 그린 것 같아요.”
이 학생이 “우키요에는 어떤 사람들이 즐겼느냐”고 질문하자, 히라노 교사는 “주로 에도시대 초기 서민 출신 화가가 그렸고 향유층 역시 서민이었다”고 어눌한 한국어로 대답했다.
이 수업은 양국 역사교사모임인 전국역사교사모임(한국)과 역사교육자협의회(일본)가 공동 집필한 공동 역사교과서 ‘마주 보는 한일사’ 발간 기념으로 이루어졌다. 교과서를 어떻게 활용할지 검증하자는 취지에서 열렸다. 교실 뒤에서 일본인 교사 20여 명이 더위를 잊은 채 수업에 열중했다.
1학년생 장경수 군은 “한국 민화와 일본 우키요에를 함께 배우다 보니 한일 간 갈등도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면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2학년생 송명하 군은 “일본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았는데 양국의 문화와 역사를 동시에 배워 보니 모르는 게 너무 많다는 걸 느꼈다”며 “서로를 잘 알고 이해해야 양국 관계도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사는 “한국을 중국 문화의 중간 매개체, 혹은 근현대사에서 일본이 피해를 준 주변국 정도로만 아는 일본 학생들이 한국 역사의 다양한 부분을 균형 있게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히라노 교사는 “나 자신도 ‘한국 역사를 너무 모르는구나’라고 생각했고 일본 아이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답했다.
히라노 교사는 “일본 검정교과서로 채택되는 데 두 차례 실패한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일본 우익단체)이 내분에 빠졌지만 모임 뒤에는 일본 우익 정치인과 그들의 자본이 있는 만큼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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