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4시간, 그 안에는 일상의 과학이 숨어 있다.
오전 7시. 자명종 소리와 함께 당신의 발이 침대 밖으로 나와 바닥을 밟는 순간 충격파로 인해 마루판자와 맞닿는 벽의 아래층 벽돌은 0.00025cm 줄어든다.
오전 7시 43분. 당신이 꽃단장을 위해 바르는 립스틱의 반짝임에는 생선 포장 공장에서 뒹구는 생선 비늘로 채워져 있다.
오후 7시 42분. 당신이 용변을 보고 물을 내린 순간 50만 개의 병원성 세균이 당신의 주위에서 용솟음친다.
이 책에는 과학적이면서도 황당하고 놀라운 정보들이 담겨 있다. 평범한 하루 24시간에 숨겨진 과학 이야기인 셈이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원리를 쉽게 파헤친 ‘E=mc²’으로 일약 베스트셀러 작가로 올라선 저자는 마치 ‘CSI 과학수사대’를 우리의 일상으로 데리고 온 듯 시간대별로 꼼꼼하게 파헤친다. 저자가 다루는 소재는 지극히 평범하다. 청바지, 카펫, 텔레비전, 변기, 컵 등 일반인이 보기에 특별할 것 없는 소소하고 친근한 사물들이다.
그러나 그의 현미경을 거친 소소한 사물들은 놀라운 정보를 뱉어 낸다.
영화 ‘괴물’로 잘 알려진 포름알데히드가 치약 속에도 있다든지, 케이크의 실체는 물 위에 둥둥 뜬 돼지비계라든지, 얼굴 세포의 갈라진 틈에 300만 마리의 세균이 살고 있다든지.
책을 읽다 보면 지금껏 해 오던 일상생활을 과연 앞으로도 지속할 수 있을지 진지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는 속담을 이렇게 과학적으로 증명해 준 저자의 노고에 감사해야 할까? 그의 재주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과학 지식을 응용한 역사적 가설은 이 책이 가진 또 다른 재미다
화려했던 마야문명이 수백 명에 불과했던 스페인군에 한순간에 무너진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의 답은 재채기다. 저자는 스페인군이 콧물이 묻은 화살을 쏘아 마야를 점령했다고 추론한다. 황당하다. 그러나 재채기가 각종 세균과 바이러스를 시속 65km로 퍼뜨리며, 인구 밀도가 낮은 지역에서는 타액 분출물로 인한 바이러스 감염이 치명적일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 보면 그럴듯하게 다가온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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