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2006년 ‘젊음’도 변했다

  • 입력 2006년 8월 12일 03시 01분


10년이면 캠퍼스도 변한다. 1996년의 캠퍼스 풍경과 비교할 때 대학생활부터 문화까지 대부분이 달라졌다. 학부제가 처음 시행되고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사태가 발생한 1996년. 그 후 10년 동안 캠퍼스는 어떤 변화를 보였을까.

1996년 3월. 학부제로 처음 선발된 신입생이 연세대 서강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동국대 등 대학 캠퍼스에 등장했다. 이제 학부제를 시행하지 않는 대학은 거의 없다.

“학과제 학생들이 저학년 때 노는 분위기였던 반면 학부제 학생들은 인기학과 학위를 받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1996년부터 학업 분위기가 강화됐다.”(유재봉 성균관대 교수)

그해 8월 13일. 한총련은 연세대 종합관에서 8일 동안 점거시위를 벌였다. 한총련의 과격한 투쟁방식에 대한 여론은 악화될 대로 악화됐다. 이제 학생운동의 관심은 취업이나 복지향상 등 미시적인 것들이며 한총련을 탈퇴한 비운동권 학생회가 대폭 늘어났다. “한총련 사태 이후 학생들의 개인주의 성향이 짙어졌다.”(김호기 연세대 교수)

그해 10월 21일. MBC 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이 처음 방영됐다. ‘남자…’는 대학생들의 고민과 꿈을 그린 이전 청춘드라마와 달리 가볍고 발랄한 대학생들의 젊음을 담아 유행을 선도했다. 그러나 2006년 대학생들은 케이블 방송의 ‘섹스 앤드 더 시티’와 같은 미국 드라마를 즐겨 본다.

06학번들에게 학교생활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취업이다. 거품경기로 채용규모가 커서 회사를 골라 갔다는 1996년 졸업생의 얘기는 전설일 뿐이다. 경기동(19·서울대 사회과학대) 씨는 “입학하자마자 학과 공부는 뒤로한 채 행정고시 준비에만 매달리는 신입생이 상당수”라고 말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 이 기사에는 본보 인턴기자 박세미(23·서울대 인류학과) 신희은(22·고려대 불어불문학과) 씨가 참여했습니다.

▼달라진 캠퍼스 풍경 A to 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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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usement(오락)

1996년 젊은이의 오락은 록카페와 나이트클럽에서 이뤄졌다. 홍익대 96학번인 정승원(29·여) 씨는 “당시 대학생들은 박진영의 ‘그녀는 예뻤다’, H.O.T.의 ‘캔디’에 맞춰 디스코와 ‘망치춤’을 추며 열광했다”고 회상했다.

2006년의 대학생 놀이문화는 힙합패션과 힙합춤으로 대표되는 클럽이 중심이다. 비욘세 놀스의 ‘데자뷔’나 크리스 브라운의 ‘런잇’ 같은 곡이 클럽의 단골 춤곡.

Communication(통신)

당시 대학생들의 통신필수품은 ‘삐삐’라 불린 무선호출기였다. 강의시간에 ‘삐삐’가 울리면 눈총을 받지만 연인이 녹음한 메시지를 기다리는 낭만이 있었다.

이제 대학생들은 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DMB)폰이나 개인휴대단말기(PDA)폰을 들고 다닌다. 06학번 김진석(20·고려대 공과대) 씨는 “DMB폰이 없으면 유행에 뒤처진 애로 본다”고 말했다.

Fashion(패션)

당시 몸에 달라붙는 ‘쫄티’가 유행했다. 남자들은 윤기 흐르는 젤과 무스로 윗머리를 빳빳이 세우고 옆과 뒤를 하얗게 친, 소위 ‘삼묵커트’ 헤어스타일이 많았다.

지금을 대표하는 패션은 빈티지와 밀리터리룩이다. 스타일리스트 김희원(30) 씨는 “요즘 젊은이들은 화장은 연하게 하고 옷 색깔은 꽃분홍색이나 노란색 등 밝고 화려한 것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Love(사랑)

세미정장을 입고 곱게 화장한 얼굴로 커피숍에서 소개팅을 했다. 연세대 96학번인 황태훈(29) 씨는 “당시에는 주선자의 주관적 의견만 믿고 나가 실패율이 높았다”고 귀띔했다.

요즘은 싸이월드에서 얼굴과 취향까지 다 확인하고 만난다. 외국인 유학생을 만나 사귀는 글로벌 소개팅까지 생겨 캠퍼스에 국제커플의 모습이 종종 눈에 띈다.

MT(수련회)

MT가 ‘먹고 토한다’의 약자라며 ‘사발식’까지 하던 과음 풍습이 1996년에는 남아 있었다.

하지만 이제 술은 줄고 대화는 늘었다. 06학번 김학휘(20·고려대 언론학부) 씨는 “MT를 가면 친구들과 게임하거나 주로 얘기를 많이 한다. ‘사발식’은 본 적도 없고 술을 억지로 권하는 선배도 없다”고 말했다.

Sound(소리)

CD플레이어나 휴대용 카세트로 음악을 들었다. 흔들림 방지 기능이 있는 휴대용 CD플레이어가 최신형 기기로 당시 대학생들 사이에 선망의 대상이었다.

요즘은 좋아하는 곡을 다운받아 MP3 플레이어에 저장해 듣는다. 영화나 드라마 등 동영상 재생이 가능한 MP4플레이어도 새로운 필수품이 되고 있다.

Etc(기타)

당시엔 대자보와 ‘날적이’가 새 소식을 알리는 캠퍼스의 정보 게시판이었다. 하지만 이제 대학생들은 인터넷 게시판과 채팅으로 실시간 정보공유를 하고 있다. 원하는 강의를 듣기 위해 친구들과 밤을 새우며 학교 컴퓨터실 앞에서 수강신청 줄을 기다리던 풍경도 사라졌다. 요즘에는 집에서 인터넷으로 학교 홈페이지에 접속해 수강신청을 끝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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