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배가 고플 때 어떤 음식이건 맛있게 먹는 이유는, 배가 고플 때는 그 음식의 원래의 맛을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사람이 목이 마를 때 무슨 물이건 맛있게 마시는 이유는, 목이 마를 때는 그 물의 원래의 맛을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배가 고플 때는 상한 음식을 먹을 수도 있고, 목이 마를 때는 먹어서는 안 되는 물을 마실 수도 있다. 그러므로 배가 고플 때는 먹을 것에 더욱 주의해야 하고, 목이 마를 때는 마실 것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 배고픔과 목마름은 우리의 몸을 상하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배고픔과 갈증이 해치는 것은 오직 사람의 육체뿐인가? 사람의 마음에도 이러한 해독이 있다. 물욕에 갈증을 느끼면 부정한 재물이라도 이를 서둘러 갖고자 하며, 권세에 목마른 사람은 부당하게 권세를 사용한다. 세월이 지나 원래의 마음을 되찾으면 자기가 취했던 것이 부정한 재물이었으며, 자기가 휘둘렀던 것이 부당한 권세였음을 알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후회는 이미 만인의 지탄을 받은 다음에 일어난다. 그러므로 사람은 마음의 갈증을 먼저 없애야 한다. ‘饑者甘食, 渴者甘飮.’ 맹자에 나오는 말이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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