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91>‘饑者甘食, 渴者甘飮’

  • 입력 2006년 8월 14일 03시 00분


‘饑者甘食(기자감식), 渴者甘飮(갈자감음)’이라는 말이 있다. ‘饑’는 ‘주리다, 배가 고프다’라는 뜻이며, ‘者’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甘’은 ‘맛이 달다’라는 뜻이므로 ‘甘草(감초)’는 ‘단 맛을 내는 풀’이라는 뜻이다. ‘食’은 ‘먹다’라는 뜻이다. ‘渴’은 ‘목마르다’라는 뜻이므로 ‘渴症(갈증)’은 ‘목이 마른 증세’라는 뜻이다. ‘飮’은 ‘마시다’라는 뜻이다. 따라서 ‘飮食’은 ‘먹고 마시는 사물’이라는 뜻이 된다. 이를 정리하면 ‘饑者甘食’은 ‘배가 고픈 사람은 달게 먹는다’라는 뜻이며, ‘渴者甘飮’은 ‘목마른 사람은 달게 마신다’라는 뜻이 된다. 이 말을 풀어 보면 ‘배고픈 사람은 무엇이든 달게 먹고, 목마른 사람은 무엇이든 달게 마신다’라는 뜻이 된다.

사람이 배가 고플 때 어떤 음식이건 맛있게 먹는 이유는, 배가 고플 때는 그 음식의 원래의 맛을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사람이 목이 마를 때 무슨 물이건 맛있게 마시는 이유는, 목이 마를 때는 그 물의 원래의 맛을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배가 고플 때는 상한 음식을 먹을 수도 있고, 목이 마를 때는 먹어서는 안 되는 물을 마실 수도 있다. 그러므로 배가 고플 때는 먹을 것에 더욱 주의해야 하고, 목이 마를 때는 마실 것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 배고픔과 목마름은 우리의 몸을 상하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배고픔과 갈증이 해치는 것은 오직 사람의 육체뿐인가? 사람의 마음에도 이러한 해독이 있다. 물욕에 갈증을 느끼면 부정한 재물이라도 이를 서둘러 갖고자 하며, 권세에 목마른 사람은 부당하게 권세를 사용한다. 세월이 지나 원래의 마음을 되찾으면 자기가 취했던 것이 부정한 재물이었으며, 자기가 휘둘렀던 것이 부당한 권세였음을 알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후회는 이미 만인의 지탄을 받은 다음에 일어난다. 그러므로 사람은 마음의 갈증을 먼저 없애야 한다. ‘饑者甘食, 渴者甘飮.’ 맹자에 나오는 말이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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