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opoly-독점
‘괴물’ 흥행의 원인으로 전국 스크린 수(1648개)의 38%에 이르는 620개의 스크린을 ‘독점’했다는 비난 섞인 분석이 많았다. ‘될 영화’인 것은 분명했지만 최단기간 기록 행진은 스크린 수의 덕이 크다는 것. 멀티플렉스마다 가장 큰 상영관을 차지한 것을 감안하면 실제 비율은 더 커진다. ‘왕의 남자’는 256개로 시작해 397개까지 늘려 갔다. 그러나 ‘태풍’은 540개로 시작했지만 흥행하지 못했다. ‘괴물’의 스크린 수는 10일부터 580개로 줄었다.
Marketing-홍보
‘괴물’이 화제의 중심이 된 것은 상당 부분 ‘칸 마케팅’의 힘. 제작사는 ‘괴물’이 5월 제59회 칸 영화제 감독주간에서 기립박수를 이끌어 내고 뉴욕타임스가 “칸 최고의 영화”라고 극찬한 내용들을 발 빠르게 전하면서 마케팅에 적극 이용했다. 칸 영화제에서의 반응을 찍어 TV 광고에 삽입하기도 했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괴물’이 정말 괴물”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배우들이 토크쇼 출연 등을 자제하고 예고편의 후반 작업에만 한 달을 소요하는 등 ‘큰 영화’보다는 ‘완성도 높은 영화’라는 느낌, 뭔가 ‘있어 보이는’ 감을 줬다.
Mystery-신비주의
봉준호 감독이 한강에서 괴물이 나오는 영화를 만든다고 했을 때 모두 웃었다. 그 비웃음은 시간이 지나면서 “그래도 봉준호인데, 궁금해”로 변했고 작업이 시작된 이후에는 ‘괴물에 50억 원이 들었다’ ‘생각보다 작다더라’ 등 충무로발 ‘괴물 미스터리’가 떠돌았다. 제작진은 절대 괴물의 모습을 공개하지 않는 ‘신비주의 전략’을 개봉 때까지 고수해 궁금증이 극에 달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영화의 성패가 달려 있던 괴물 컴퓨터그래픽(CG)이 잘 나왔다. 대부분의 반응은 “아쉬운 점도 있지만 할리우드가 부럽지 않다”는 것.
Man power-인적자원
디테일한 부분까지 챙겨 ‘봉테일’이라 불리는 봉 감독은 이미 ‘살인의 추억’으로 인정받은 스타 감독. 여기에 송강호 박해일 배두나 변희봉이 가세해 이름값만으로도 흥행은 보장됐다. 봉 감독은 관객을 끄는 요소를 정확히 알고 있지만 너무 상업적인 느낌도 주지 않는다. 배우들은 모두 봉 감독의 전작에 출연한 경험이 있다. CG로 만든 괴물이 촬영장에 없었기 때문에 허공에 대고 연기해야 했지만 안정되게 영화를 이끌었다.
Metaphor-은유
한국 최초의 괴수영화, 가족 얘기라는 점이 먹혔다. 그것도 진짜 소시민 가족. 슈퍼 영웅이 없고 이 소시민들이 외부의 힘에 맞서 싸우는 영웅이 되면서 진한 가족애를 보여 준다는 점이 한국 관객의 코드에 맞았다. 더구나 미국과의 관계나 공무원이 뇌물을 요구하는 등 한국정치 상황이 공감을 자아냈고 메시지가 있다는 평을 얻었다. 평론가 김봉석 씨는 ‘상황에 맞지 않는 엉뚱한 대사로 웃음을 주는 봉준호 감독 특유의 엇박자 유머’에 주목했다. 한마디로 한국인이 좋아하는 요소를 두루 갖춘 한국형 블록버스터.
순익 300억원 육박…게임-만화 진출도
‘괴물’이 1000만 명을 넘었을 경우 과연 총매출은 얼마나 될까?
7000원짜리 영화 티켓에는 1000원가량의 세금이 붙는다. 이를 제외하고 장당 실질 가격을 6000원으로 칠 경우 총 600억 원의 매출을 올린다. 이 중 극장과 영화제작 쪽 배분 비율은 5 대 5로 제작사 측의 매출은 300억 원에 이른다. 여기에 방송, VOD 등 부가 판권 판매 수입과 해외 매출까지 합치면 ‘괴물’이 1000만 관객을 넘길 경우 발생하는 제작사 측의 총매출은 450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그렇다면 순익은 얼마일까? ‘괴물’의 순제작비 113억 원과 광고, 마케팅 비용 42억 원 등 155억 원을 총매출 450억 원에서 뺀 295억 원이 제작사 측의 순익이다.
앞으로 ‘괴물’의 소설과 어린이 만화책, 메이킹북도 발간될 예정이며 모바일 게임 등을 통해 영화 밖 수익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1000만 관객 영화’ 공통점은…분노 자아내는 억울한 스토리
‘꿈의 숫자’ 1000만 관객. 20, 30대뿐 아니라 1년에 극장을 한두 번 가는 중장년층 관객까지 사로잡아야 가능하다. 한국인의 공감대가 필요한 부분이다.
상명대 영화학과 조희문 교수는 “한국 1000만 관객 영화의 공통점은 자학성, 공격성과 자기부정 등”이라고 말했다. 밝고 건강한 이야기로는 어렵다는 것. 1000만 관객 영화 네 편에서 개인이나 가족은 외부의 힘에 의해 부서진다. 고민과 위기는 그들의 탓이 아니고 무능한 권력이나 불가항력의 힘에 의해 ‘당하는 것’일 뿐. 한국인의 국가와 권력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을 건드려 카타르시스를 제공해야 한다. “대한민국이 공정하고 합리적인 사회가 아니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어서 ‘나는 최선을 다하는데 다른 나쁜 놈들 때문에 안 된다’며 공격 대상을 정하면 관객이 쉽게 공감한다.” (조 교수)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형제는 전쟁에 휘말리게 되고 가정은 풍비박산이 된다. ‘실미도’에서는 부당한 국가권력에 의해 개인이 억압과 배신을 당한다. ‘괴물’에서는 괴물, 나아가 미국이라는 존재가 소시민의 삶을 망가뜨린다. ‘왕의 남자’는 조금 다르지만 왕과 광대 모두 피해자인 데다 태생적으로 슬픈 존재들이었다. ‘해피엔드’는 하나도 없다.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 왕의 남자 괴물 상영 기간 140일 98일 149일 14일 현재 개봉 19일째 관객 수 1108만599명 1174만6135명 1230만2673명 12일까지 866만1455명 상영관 수(최대치) 383개 513개 397개 620개 순제작비+마케팅비 85억 원+30억 원 147억 원+45억 원 42억 원+30억 원 113억 원+42억 원 등급 15세 이상 15세 이상 15세 이상 12세 이상 러닝타임 135분 149분 119분 116분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