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소니 전도사’ 백건우…피아노 협주곡 프랑스 초연

  • 입력 2006년 8월 14일 03시 00분


프랑스 현지 시간으로 8일, 세계적인 국제 피아노 페스티벌로 잘 알려진 라로크당테롱 페스티벌에서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부소니의 피아노 협주곡을 프랑스 초연했다.

라벨, 프로코피예프,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전집, 쇼팽의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작품 전집, 베토벤 소나타 전집 녹음 등 한 작곡가의 전 작품을 집중적으로 연주해 ‘건반 위의 구도자’로 불리는 백건우. 그가 이번에는 부소니 협주곡의 세계적인 전도사로도 활약할 예정이다. 그는 라로크 페스티벌 초청 연주를 시작으로 프랑스 북부에 위치한 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대만, 스페인 빌바오, 헝가리 부다페스트 등지에서 부소니 협주곡을 잇달아 연주할 예정이다.

부소니 협주곡을 프랑스 초연한 이날 연주회에서 백건우는 첫 음부터 마지막 음까지 인간적인 한계를 넘어선 놀라운 정신력을 보여 주었고, 피아노라는 악기의 한계조차도 초월했다. 거의 연주 불가능에 가까워 보이는 패시지들조차도 음악적인 생명력과 다채로운 색채로 가득했다. 그의 연주는 음악을 통해서 미지 세계의 여행을 가능하게 한다. 긴 여행이 끝났을 때에 곡을 처음으로 접했을 까다로운 프랑스 청중은 열렬한 박수를 보냈고, 백건우는 10여 차례 커튼콜을 받았다.

오케스트라에 남성 합창을 덧붙인 부소니의 협주곡은 모두 5악장으로 보통의 피아노 협주곡 3, 4곡에 해당되는 70분이 소요된다. 부소니의 걸작이지만 실제로 연주되는 일이 매우 드물다. 이 협주곡의 아시아 초연이 백건우에 의해 2001년 서울(KBS오케스트라, 김홍재 지휘)에서 이루어진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백건우와 부소니의 인연은 그가 우승을 차지했던 부소니 국제 콩쿠르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정작 부소니의 음악 세계에 심취하게 된 것은 이탈리아의 거장 피아니스트 귀도 아고스티와 공부하면서부터였다. 백건우는 부소니의 음악을 시대의 제약이 없는, 시대를 초월한 음악으로 평가한다.

디나르 페스티벌의 음악감독으로, 콜마, 앙굴렘 페스티벌 등에서의 연주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녹음 일정 등으로 바캉스 없이 여름을 나고 있는 백건우. 그는 올해 60세지만 리스트나 부소니 같은 전설적인 피아니스트의 젊은 시절 연주 활동을 능가하고 있다.

라로크당테롱=김동준 재프랑스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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