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셰익스피어, 우리 도깨비에 홀리다

  • 입력 2006년 8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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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만든 ‘셰익스피어 연극’이 세계무대에 우뚝 섰다.

극단 ‘여행자’의 ‘한여름 밤의 꿈’이 12일(현지 시간) 폴란드 그단스크에서 폐막한 ‘제10회 그단스크 국제 셰익스피어 페스티벌’에서 대상을 차지했다고 주최 측이 밝혔다.》

○ 언어장벽 깨고 세계무대 수상

우리 연극이 주요 국제 페스티벌에서 수상한 것은 처음이다. ‘한여름 밤의 꿈’은 이 페스티벌의 개막작으로 초청받아 2, 3일 이틀간 공연했다.

이 작품을 연출한 양정웅 ‘여행자’ 대표는 “주최 측인 그단스크 연극재단으로부터 12일 밤늦은 시간에 대상을 수상했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13일 말했다. 양 대표는 “공연할 당시 기립박수가 쏟아지긴 했지만 대상은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일”이라며 기뻐했다.

세계무대에서 해마다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음악이나 무용 분야와는 달리 우리 연극이 언어 장벽이 높은 해외 페스티벌이나 공연제에서 수상한 경우는 거의 없다.

연극평론가 김윤철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는 “‘한여름 밤의 꿈’은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한국의 도깨비놀음으로 재해석한 것”이라며 “셰익스피어가 갖는 세계성에 우리만의 지역성을 덧붙이면 좀 더 풍요롭게 셰익스피어를 해석할 수 있으며, 세계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셰익스피어 독창적 해석 박수갈채

이번 페스티벌에는 미국 영국 독일 러시아 등 10개국 극단이 참가했다. 특히 최근 세계 연극계의 스타로 꼽히는 루크 페서발 씨가 연출한 독일 뮌헨극단의 ‘오셀로’도 참가해 극단 ‘여행자’의 ‘한여름 밤의 꿈’과 경쟁을 벌였다.

이번 페스티벌에 참가하기에 앞서 ‘여행자’는 세계적인 공연장인 영국 런던의 바비칸센터에서 한국 연극으로는 처음으로 ‘한여름 밤의 꿈’을 무대에 올렸다. 이 공연은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로부터 별 셋(별 다섯 개 만점)의 평점을 받았다.

“셰익스피어의 본고장이어서 그런지 영국 평론가들은 셰익스피어를 갖고 ‘장난’치는 작품보다 정통극을 선호하는 것 같아요. ‘별 셋’도 결코 나쁜 평점은 아니지만 실제 관객들 반응은 ‘별 다섯’ 수준이었는데….(웃음)”(양 대표)

○ 내년엔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공연

연극은 해외 진출이 쉽지 않은 장르. 하지만 “한국 연극을 세계무대에 알리는 것이 소명”이라는 양 대표의 말처럼 ‘여행자’는 고단하고 외로운 여행을 멈추지 않는다. 내년 1월, 이들은 ‘한여름 밤의 꿈’으로 또 다른 ‘꿈의 무대’인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무대를 밟는다.

:그단스크 국제 셰익스피어 페스티벌:

폴란드 그단스크에서 매년 열리는 셰익스피어 전문 페스티벌. 유럽연합(EU)이 재정지원을 하며 영국 찰스 왕세자가 후원한다. 유럽 5곳에서 열리는 셰익스피어 페스티벌 중 가장 규모가 크다. 1993년 소규모로 시작된 뒤 1997년부터 ‘그단스크 국제 셰익스피어 페스티벌’로 규모가 커졌다. 피터 브룩, 에이문타스 네크로슈스 등 세계 연극계 거물들이 모두 작품을 들고 이곳을 찾았을 만큼 명성이 높다. 원래 비(非)경연(competition) 페스티벌이었으나 10주년을 맞는 올해부터 경연 형식으로 바뀌었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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