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81년 6월 8일 대주교의 명에 의해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쫓겨난 모차르트. 아이로니컬하게도 그는 2006년 현재 잘츠부르크 시 전체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을 맞아 지난달 23일 개막한 음악축제에 15만 도시 인구의 3배가 넘는 45만 명의 관광객이 전 세계에서 밀려들고 있다. 저녁이 되면 음악회장 앞에 성장을 한 남녀들이 쌍두마차에서 쉴 새 없이 내리고, 극장주변에서 300유로의 로열석 티켓이 4000유로에 암표로 팔리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31일까지 열리고 있는 잘츠부르크 축제는 파격적인 현대적 연출로 모차르트가 남긴 극음악 22개 전체를 21세기 스타일로 되살리는 대장정을 펼치고 있다. 뉴프로덕션으로 초연된 오페라 ‘코지 판 투테’는 단순한 무대에 시시각각 변하는 조명과 색의 마술로 객석을 사로잡았다. 무대 양쪽에 매달린 깃털과 바위가 2막 마지막 장면에서 깃털이 아래로 내려가고 바위가 위로 들린 장면은 미니멀한 연출의 백미였다. 바위 같던 귀족 여자의 정절이 깃털보다 가볍게 날아가 버린 것을 풍자한 모차르트식 유머였다.
거장 지휘자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는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의 주인공 수잔나 역에 러시아 출신 미녀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를 캐스팅하고, 메조소프라노가 독식했던 케루비노 역을 소프라노 크리스틴 셰퍼에게 맡기는 등 파격적 연출로 눈길을 모았다. 그는 오페라의 현대적 연출에 대해 “모차르트의 모든 작품은 당시 시대상황에 따라 연주됐다. 그의 작품은 동시대적인 모형을 발견해야 생명력을 가질 수 있다”고 논란을 일축했다.
화려한 잘츠부르크를 뒤로하고 모차르트가 ‘궁정사회 최초의 시민음악가’로 자유롭게 활약했던 빈을 찾았다. 모차르트의 장례미사가 집전됐던 빈 슈테판 성당에서의 공연을 보기 위해서였다. 5일 오후 8시 2명의 사제가 제단 앞에 촛불을 붙였다. 성 슈테판 합창단과 오케스트라에 의해 모차르트의 ‘대미사 C단조’ 도입부 ‘키리에’의 장엄한 화음이 아득한 돔 위로 솟구쳐 올라갔다. 티끌만큼의 세속적인 것도 범접하지 못하는 절대고요가 온몸을 감쌌다. 비로소 모차르트 내면의 영혼에 가깝게 다가선 기분이었다.
“나는 계속해서 꿈을 꿀 것입니다. 평화롭거나 달콤하지 않은 것은 꿈이 아니라 현실입니다. 그러한 꿈들이 존재한다면 기쁨보다 슬픔이 많은 저의 생을 참아갈 것입니다. 가장 사랑하는 아버지께 천 번의 입맞춤을 보냅니다. -1778년 12월 1일 볼프강.”
잘츠부르크·빈=유혁준 음악칼럼니스트 poetandlov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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