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유통원, 사채도 끌어썼다

  • 입력 2006년 8월 17일 03시 00분


문화관광부 산하기관인 신문유통원의 강기석 원장이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운영경비 명목으로 사채(私債)를 끌어다 쓴 것으로 확인됐다.

세계 12위의 경제력을 가진 국가에서 정부 예산 지원을 받는 정부 산하기관장이 기관 운영을 위해 사채를 사용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전해철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16일 유진룡 전 문화관광부 차관의 경질과 관련된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강기석 신문유통원장이 올 5월 개인 사채를 차입해 운영경비로 사용하는 등 파행 운영이 지속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청와대에 따르면 강 원장은 올해 신문유통원에 책정된 정부 예산 100억 원 가운데 90여억 원의 교부가 몇 달간 지연돼 업무차질을 빚자 이런 일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획예산처 당국자는 “정부 산하기관은 ‘수입(收入) 대비 지출 원칙’을 지키게 되어 있는데 이를 어긴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일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배국환 예산처 공공혁신본부장은 “상식적으로 판단해 보라”고 했다.

강 원장의 사채 차입은 정부산하기관관리법의 적용을 받는 ‘문화부 산하 보조위탁기관’인 신문유통원 정관에도 위배된다.

신문유통원 정관 15조는 ‘자금의 차입 및 재산의 취득 등에 관한 사항’은 반드시 이사회 의결을 거치도록 되어 있으나 강 원장은 이를 거치지 않고 사후보고만 했다.

또 정부 산하기관은 이사회 내용을 공공기관경영정보공개시스템에 게시하도록 되어 있는데 확인 결과 이사회에서 사채 차입 논의는 없었다.

신문유통원 정관 21조에 따르면 ‘유통원의 유지 및 운영에 필요한 경비는 △신문사 및 공적기관 출연금 △국고보조금 △기본재산의 과실(果實) △사업수익금 △기금, 찬조금, 후원금, 기부금 및 기타 수입으로 충당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대해 강 원장은 본보 기자와 만나 “예산이 집행되지 않는 상황에서 사업을 하는 지인과 친척 등 2명에게 모두 2억5000만 원을 빌려 사업비로 사용한 뒤 6월에 예산이 모두 집행돼 갚았다”고 해명했다.

아주대 현진권(경제학) 교수는 “공공부문은 민간보다 더 투명하게 운영돼야 하는데 정부 산하기관장이 개인적으로 돈을 빌렸다는 것은 큰 문제”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까지 가입한 세계 12위의 경제력을 가진 나라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강 원장은 지난해 11월 신문유통원 초대 원장으로 임명됐다.

박현진 기자 witness@donga.com

김희경 기자 susanna@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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