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개그콘서트(일 오후 8시 55분)의 ‘패션7080’은 명품과 강남을 맹목적으로 좇는 세태를 풍자한다. 최근 가짜 명품시계 사건, ‘된장녀’ 이슈와 맞물려 주목받는 이 코너의 주인공들을 만났다.
○ ‘된장남’의 강남·명품론
“결혼한 뒤에는 가끔 명품을 구입해요. 신혼살림도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차렸고요.”
박준형의 번쩍거리는 손목시계가 예사롭지 않아 “정말 ‘된장남’이 아니냐”고 물었더니 솔직한 대답이 이어졌다. 앞니로 무를 갈아 가며 10년 동안 꾸준히 활동해 개그기획사 사장이 된 이력을 생각하면 놀랄 얘기는 아니다.
“우리 개그가 명품 자체를 나쁘게 보거나 강남에 사는 사람들을 비난하려고 만든 것은 아니에요. 열심히 번 돈으로 좋아하는 물건을 사는 것은 개인의 자유죠.”
처음 아이디어를 낸 오지헌이 옆에서 거든다. 그는 “명품은 가격표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가짐에 달려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개인이 소중하게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라면 값에 상관없이 명품이라는 설명이다.
이들은 얼마 전 ‘패션7080’의 엽기적 분장을 한 채 강남구 압구정동을 직접 방문했다.
“압구정동은 원래 연예인을 의식하지 않는 곳이에요. 그런데 그날은 다들 우리를 보며 웃더라고요. 요즘은 평상복을 입고 놀러 가도 쳐다봐요.”
○ “5센트짜리 시계 찬 박된장”
“실은 얼마 전에 우리가 알고 있는 한 연예인도 그 시계를 받았다며 자랑한 적이 있어요. 론칭쇼에 연예인이 가면 고가의 명품을 그냥 주거든요. 그래서 바쁜 스케줄을 제치고 가는 경우도 많아요.”
박준형은 가짜 명품시계 상표를 언급하며 “좀 있어 보이는 이름”이라고 너스레를 떤다. 인터뷰 도중에 “‘1달러도 안 되는 5센트짜리 시계를 찬 박된장’이라고 소개할까”라며 즉석 아이디어 회의까지 연다.
아직 자가용이 없어 지하철을 타고 다닌다는 박휘순은 부유층과 연예계까지 들썩인 이번 사건을 “이해 못 하겠다”며 “앞으로 유명해져서 ‘된장남’처럼 살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어요. 제 일이 재밌어서 즐거울 뿐이에요”라고 말했다.
오지헌은 남의 겉모습과 비교하며 개성과 자신감을 잃는 요즘 젊은이들을 안타까워했다.
“겉이 전부가 아니잖아요. 전 못생겼다고 부끄럽게 생각한 적 없어요. 속을 잃어버린 채 명품을 걸치고 강남에 산다는 겉모습만으로 우월감이나 열등감에 빠질 필요가 없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어요.”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