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莫’은 ‘없는 것, 없다, 더 ∼한 것은 없다’라는 뜻이다. ‘莫重(막중)’은 ‘더 중요한 것은 없다’라는 말이고, ‘莫强(막강)’은 ‘더 강한 것은 없다’라는 말이며, ‘莫論(막론)’은 ‘더 논의할 것 없이’라는 뜻이다. ‘見’은 원래 ‘보다’라는 뜻이고, ‘견’으로 발음된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나타나다’라는 뜻이다. ‘나타나다’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에는 ‘현’이라고 읽는다. ‘乎’는 ‘∼보다 더욱’이라는 뜻으로서 비교를 나타낸다. ‘隱’은 ‘숨다, 숨기다’라는 뜻이다. ‘隱者(은자)’는 ‘세상을 피하여 숨어사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顯’은 ‘드러내다, 나타내다’라는 뜻이고, ‘微’는 ‘작다, 미세하다’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顯示(현시)’는 ‘드러내어 보여 주다’라는 뜻이고, ‘顯微鏡(현미경)’은 ‘미세한 것을 드러내는 거울’이라는 뜻이다. ‘鏡’은 ‘거울’이라는 뜻이다. 이러한 뜻을 정리하면 ‘莫見乎隱, 莫顯乎微’는 ‘숨겨놓은 것보다 더 잘 나타나는 것은 없고, 미세한 것보다 더 잘 드러나는 것은 없다’라는 말이 된다.
왜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가? 사람이란 항상 드러난 일에는 관심이 적고 숨겨놓은 일에 주목하며, 보이는 일에는 관심이 적고 안 보이는 일에는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개인의 사사로운 일에도 그러하고, 사회나 국가의 일에도 그러하고, 역사적 일에서도 그러하다. 그러므로 어떤 일을 저질러 놓고, 이 일은 숨겨놓았거나 미세한 일이어서 아무도 모를 것이라는 믿음은 헛된 망상에 불과하다. ‘莫見乎隱 莫顯乎微’-中庸(중용)에 나오는 말이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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