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가 한국전쟁 당시 납북된 민간인 8만3000여 명 가운데 언론인과 종교인의 납북 현황을 조사한 '6·25 전쟁 납북'(기파랑)을 펴냈다.
정 교수는 1950년대 공보처가 발행한 '서울특별시 피해자 명부', 1956년 대한적십자사 희생자 가족의 등록으로 작성한 '실향사민 등록자 명부' 등 각종 정부 자료를 조사해 언론인과 종교인들의 이름을 찾아냈다. 조사결과 언론인은 6·25전쟁 중 285명(피살 26명, 납북 249명), 종교인은 371명(피살 176명, 납북 195명)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정 교수는 "북한군은 서울을 점령하자마자 KBS방송과 서울신문 등 언론기관을 장악했고 '조선인민보'와 '해방일보' 등을 발행하는 등 언론을 선전도구로 사용했다"며 "이 과정에서 이데올로기와 가장 민감한 관계에 있던 언론인과 종교인들의 피해가 엄청났다"고 말했다.
피살된 언론인 중에는 이종린(대한민보 기자), 고영환(동아일보 논설위원), 신일용(조선일보 주필) 등이 포함됐다. 납북 언론인 중에는 백관수(일제강점기 동아일보 사장), 안재홍(한성일보 사장), 방응모(조선일보 사장), 언론인 겸 소설가였던 이광수, 방송인 겸 시인 김억, 방송인 겸 수필가 김진섭 등이 있었다.
동아일보는 가장 많은 피해를 입었다. 16명이 피랍됐고, 1명이 살해당했다. 편집국장 장인갑, 일장기 말소사건에 관련됐던 운동부(체육부) 기자 이길용, 사진부장 백운선 등과 여러 명의 기자 또는 사원들이 피랍됐다.
동아일보 논설위원을 지냈던 정인보는 낙원동에 있는 한양병원에 피신 중이던 7월31일 내무서원에게 납북당했다. 정인보는 중태로 걸을 수가 없어 후퇴하던 인민군이 업고 떠났는데, 11월 경 북한군이 도주할 때에 묘향산 근처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교수는 "2002년 3월 6·25전쟁 납북인사가족협의회 이미일 회장이 보여주는 피랍자 명단을 처음 보고 이렇게 많은 언론인들의 이름이 있는 것을 보고는 놀라움에 전율을 느껴 연구를 시작했다"며 "납북자 문제야말로 가장 우선적으로 밝혀야 할 과거사이며, 한국 언론사 에도 반드시 기록해야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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