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탄 거북이…4집 ‘비행기’ 온-오프라인 차트 1위 석권

  • 입력 2006년 8월 23일 03시 00분


“유치하다고요? 그게 가장 한국적인 댄스뮤직이에요. 생활 속 음악을 추구하는 우리는 ‘서민음악’ 가수 거북이랍니다.” 앨범 발매 한 달 만에 온·오프라인 음악 차트 정상을 차지한 3인조 혼성 댄스그룹 ‘거북이’. 안철민 기자
“유치하다고요? 그게 가장 한국적인 댄스뮤직이에요. 생활 속 음악을 추구하는 우리는 ‘서민음악’ 가수 거북이랍니다.” 앨범 발매 한 달 만에 온·오프라인 음악 차트 정상을 차지한 3인조 혼성 댄스그룹 ‘거북이’. 안철민 기자
4집 앨범 ‘거북이 사요’.
4집 앨범 ‘거북이 사요’.
《처음부터 토끼와 게임이 안 됐던 그 거북이 맞네.

세련된 영어 이름 놔두고 ‘거북이’라니.

또 ‘몸짱’ ‘얼짱’ 스타가 아니면 명함도 못 내미는 가요계에 개인기 하나 없는 댄스그룹 멤버들은 처음일세….

이랬던 3인조 혼성그룹 거북이가 보란 듯이 떴다.

1년 8개월 만에 발표한 4집 타이틀곡 ‘비행기’가 온라인 음악 사이트와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스트리밍, MP3 다운로드, 미니홈피 배경음악 차트 1위를 석권하고 있다.

특히 벅스뮤직에서는 음원 공개 13일 만에 유료 MP3 다운로드 9000건, 스트리밍(실시간 음악감상) 100만 건을 돌파했다.

또 방송 횟수 차트에서도 한 주 평균 220회 이상을 기록하며 3주째 1위(에어모니터 집계)를 차지했고 4집 앨범 ‘거북이 사요’ 역시 싸이 4집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팔리고 있다.

데뷔 4년 반 만에 얻은 1등, 어기적어기적 기어 정상에 다다른 거북이 같다.》

○ 거북이 이야기 1… 떴다떴다 거북이

“예전만 해도 주위에 ‘너희가 거북이면 난 토끼냐?’, ‘자라는 어디 갔냐’라며 놀리는 분이 많았죠. 그럴 때면 늘 거북이처럼 잔꾀 부리지 말고 한 걸음씩 전진하자고 다짐했는데 이제야 팀 이름에 책임을 질 수 있게 됐어요.”(터틀맨)

“아직 인기는 실감이 잘 안 나요. 과거만 해도 하루에 9개까지 스케줄이 잡혀 있었는데 지금은 터틀맨 오빠 건강 때문에 스케줄이 두세 개뿐이에요. 그런데 무대에 설 때 관객들이 ‘비행기’를 따라 부르시는 걸 보니 너무 신기해요.”(금비)

소몰이 창법으로 대표되는 미디엄 발라드, 섹시 댄스 일색인 여성 가수들 틈바구니에서 “파란 하늘 위로 훨훨 날아가겠죠∼” 하는 ‘비행기’는 다소 동요식의 건전가요 같다. 그 흔한 사랑 얘기 한 자락 없는 것이 이상할 따름. 사람들의 허를 찌른 듯한 이 노래는 얄미울 만큼 쉽고 간결하다.

“클래식이나 오페라가 궁중요리라면 우리 음악은 누구나 쉽게 먹을 수 있는 떡볶이, 자장면이랄까요? 뛰어난 가창력이나 작곡 실력은 아니지만 누구나 범접할 수 있고 이사, 맞선, 여행 등 생활 속 소소한 내용을 담은 서민음악이겠죠.”(터틀맨)

○ 거북이 이야기 2… 기본 충실 거북이

그룹의 프런트 맨 터틀맨(임성훈·36)과 여성 래퍼 겸 보컬 지이(이지희·26)가 만난 것은 10년 전으로 역사가 꽤 길다. 2001년 12월 ‘사계’가 담긴 데뷔 음반을 발표한 이들은 이듬해 여성 메인보컬 금비(손연옥·24)를 영입해 두 장의 앨범을 발표하며 ‘왜이래’ ‘빙고’ 등을 히트시켰다. 얼핏 보면 평범한 댄스그룹이지만 작사, 작곡, 프로듀싱은 모두 이들 몫이다.

“수많은 댄스그룹이 있지만 아류 그룹이 되긴 싫어요. 외부 작곡가에게 곡을 받은 적도 있지만 그건 ‘거북이’가 부르든 ‘토끼’가 부르든 똑같잖아요. 유치하든 고상하든 직접 만들어 불러야 순리라고 생각해요.”(터틀맨)

“가장 한국적인 댄스를 표방하는 우리 음악은 ‘쿵짝쿵짝’ 하는 정박에 매력이 있습니다. 소몰이 창법도 없어요. 그저 기본에 충실하고 싶은 거죠.”(지이)

순간 인터뷰 내내 연방 땀을 닦는 터틀맨이 안쓰러웠다. 지난해 4월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사경을 헤맸던 그는 두 번의 수술 후 가까스로 고비를 넘겼다. 생사의 갈림길에서도 그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멜로디를 휴대전화에 녹음했고 그 노래가 바로 ‘비행기’다.

“혈액순환 약부터 아스피린까지 7∼8개의 약을 평생 먹어야 한대요. 외국에 나갈 때는 약이 너무 많아서 신고까지 해야 하는 상황인데…그래도 정말 기분 좋은 건 ‘비행기’가 인기를 얻은 거예요. 다 두 동생 덕분이죠. 두 번째 인생이 비행기처럼 날게 되다니….”(터틀맨)

“우리는 입버릇처럼 말해요. 늙고 힘들어도 앨범은 죽을 때까지 내자고요. 저희가 결혼하면 터틀맨 오빠가 장롱하고 냉장고 사준다고 했어요. 그거 받기 위해서라도 끝까지 노래해야죠.”(지이)

‘부조화 속의 조화’라며 웃는 이들, 닭살 돋은 거북이는 처음이다. 이제 그 우화 속 거북이가 아닌 새로운 역사를 쓰는 거북이 이야기를 들을 차례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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