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영등위원 “문화부가 규제완화 지시” 공문공개

  • 입력 2006년 8월 23일 03시 11분


전 영상물등급위원회 위원인 권장희 씨가 22일 기자회견에서 문화관광부가 2004년 5월 사행성 게임 규제 완화를 요청하면서 영등위에 보낸 공문을 공개했다. 전영한  기자
전 영상물등급위원회 위원인 권장희 씨가 22일 기자회견에서 문화관광부가 2004년 5월 사행성 게임 규제 완화를 요청하면서 영등위에 보낸 공문을 공개했다. 전영한 기자
사행성 게임 확산을 둘러싼 문화관광부와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책임 소재 공방이 문화부의 책임과 사건 은폐 시도 쪽으로 모아지고 있다.

영등위 전 위원이었던 권장희 놀이미디어교육센터 소장은 22일 오후 2시 기자회견을 자청해 문화부가 영등위에 보낸 공문을 공개했다. 그 핵심은 문화부가 영등위에 사행성 게임 ‘규제 완화’를 요구했다는 것. 이는 지금까지 일관되게 영등위에 규제 강화를 요청했다는 문화부의 주장을 일거에 뒤집는 것이다.

당연히 시선은 문화부의 해명에 모아졌다. 그러나 이날 오후 문화부가 발표한 해명 자료는 권 소장이 공개한 핵심 내용에 대한 언급 없이 부차적 문제만 나열해 문화부의 ‘게임 규제 완화 압력’을 사실상 시인한 셈이 됐다.

이 때문에 문화부는 사행성 게임 및 경품용 상품권 확산의 주범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한명숙 국무총리도 이날 문화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대처 방안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문화부를 강하게 질책했다.

권 소장이 공개한 ‘게임제공업용게임물 등급분류기준개정안에 대한 의견’ 공문은 문화부가 2004년 5월 영등위에 보낸 것. 이 공문은 그해 4월 영등위가 사행성 게임 단속을 강화하는 등급분류 기준 개정안을 만들자 문화부가 이 내용을 수정하라며 보낸 것이다.

이 공문에 명시된 규제 완화 요구 사례를 보면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 많다. 어린이용 게임에도 상품권 부착을 허용하라고 했을 뿐 아니라 △게임 최고 배당률 20배를 100배로 확대 △경품 배출 이후 모든 게임 창 초기화 규정 삭제 등이 포함돼 있다.

권 소장은 “만일 문화부가 영등위의 사행성 게임 단속 강화 방안을 가로막지만 않았어도 2004년 말 ‘바다이야기’가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문화부는 이날 발표한 해명 자료에서 “1회 게임의 2만 원 상당 이하 당첨 점수를 적용하는 일반 기준을 마련하면 (영등위의 기준은) 사실상 불필요하거나 중복돼 삭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봤다”고만 해명했다. 권 소장은 2002년 6월부터 2005년 5월까지 영등위 위원을 지냈으며 2004년 말 바다이야기가 심의를 통과할 때 아케이드게임 소위원회 의장을 맡았다.

한편 2004, 2005년 바다이야기 등 사행성 게임기 등급분류 심의과정에 참여했던 영등위 게임소위 전 위원들이 이르면 25일경 기자회견을 열고 집단행동에 나설 방침이다. 또 현직 게임소위원회 심의위원들도 22일 회의를 열고 당분간 게임 등급분류 심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해 파문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김희경 기자 susanna@donga.com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