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에 사다리를 걸쳐놓고 올라간 아이와
달을 건지기 위해
두레박을 타고 우물 속으로 내려간
아이가
이 밤
저 달에서 만나 서로 손을 맞잡는다
우물에 떠 있는 달 속으로
지금 막 올라간 아이가
달을 따 들고
지붕 밑으로 내려온다
―시집 ‘새벽 세 시의 사자 한 마리’(문학과지성사) 중》
‘아서라, 아서!’ 그대로 두면 삼라만상, 두두물물이 환할 것이라지만, 앞집 아이는 꼭 저 달을 움켜다가 이불 속에 혼자 켜보고 싶었다네. 뒷집 아이도 우물에 뜬 노른자 달을 기어이 움켜다가 물 단지 속에 넣어두고 싶었다네. 앞집 아이 천신만고 끝에 사다리 타고 올라 달 하나 뚝 따고, 뒷집 아이 물너울 일렁거리는 우물 속달 냅다 건져내어 제가끔 집으로 돌아갔다네. 일순, 천지가 암흑으로 변해버리니 마실 갔다 돌아오던 앞집 할머니 코가 깨지고, 배웅하던 뒷집 할머니도 무릎이 깨졌다네. 예끼, 개
구쟁이 깨복쟁이들아, 가로등도 네온사인도 없던 그 시절이었다네.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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