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는 참새가 없었나 보다. 저자에 따르면 1869년 영국 참새들이 미국으로 이민 가 살기 시작한 것이 미국 참새 역사의 시작이다.
참새의 미국 이민사를 설명하려면 존 바슬리 이야기부터 해야 한다. 바슬리는 일자리가 부족한 고향 영국 애슈턴을 떠나 미국으로 건너간 진취적 청년이다.
필라델피아의 페인트공이 된 바슬리. 어느 날 하얀 창문에 분홍색 칠을 하다 기다란 사다리에서 쿵 하고 바닥으로 떨어진다. 옷 속에 자벌레가 들어갔기 때문이다.
자벌레는 당시 필라델피아 사람들에겐 공공의 적이었다. 덤불의 나뭇잎을 모조리 갉아먹어 죽이는 것도 모자라 사람들의 등에 달라붙어 마구 간질여댔다. 필라델피아에 살고 있는 굴뚝새나 개똥지빠귀들은 부리로 자벌레를 콕콕 쪼기만 하고 잡아먹지는 않았다.
급기야 필라델피아 시의회는 남자와 아이들로 자벌레 퇴치단을 조직해 자벌레 잡기에 나섰지만 잡아도 잡아도 끝이 없었다. 자벌레 때문에 골탕 먹기 일쑤이던 페인트공 바슬리. 문득 고향에서 참새들에게 벌레를 잡아 먹이며 놀던 때를 생각해 내고는 대서양을 건넌다.
풀 죽은 바슬리, 실망한 필라델피아 주민들. 하지만 알을 깨고 나온 새끼 참새들이 짹짹거리기 시작하자 엄마 아빠 참새들은 자벌레를 잡아다 새끼 주둥이에 넣어 주기 바빴다. 필라델피아 사람들은 영국 참새들 덕분에 자벌레의 간지럼에서 드디어 해방된다.
책을 덮고는 아이와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면 좋을 듯싶다.
바슬리는 왜 미국에 갔을까? 영국에 일자리가 없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우리나라에 없다면 어떻게 하면 되지? 다른 나라에 가서 찾을 수도 있지.
바슬리는 훌륭한 사람일까? 훌륭해. 다른 사람들은 자벌레가 간지럼을 태워도 참는데 바슬리는 참새를 데리고 와서 자벌레를 물리치니까.
바슬리는 왜 참새를 미국으로 데려갔지? 굴뚝새나 개똥지빠귀 같은 미국 새들이 못 해내는 일을 시키려고.
다른 나라와 사이좋게 지내면 좋을까? 도우면서 살면 좋을 거야. 서로 부족하고 남는 걸 주고받을 수 있으니까.
세계화 교육 교재로 훌륭한 참새의 미국 이민사이다. 외래종의 생태계 파괴 문제는 별도로 다뤄야 하겠지만 말이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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