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에서]KBS 아나운서 ‘투 잡’ 문제없다?

KBS 아나운서들이 자체 방송이 아닌 외부활동에 개인적으로 참여해 사례금을 받은 사실이 KBS 내부감사 결과 드러났음에도 KBS 측이 자체규정조차 공개하지 않은 채 서둘러 덮는 데 급급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KBS 김영석 감사팀장은 25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KBS 아나운서들이 회사와 무관한 행사에 참여해 사례금을 받는다는 제보가 계속 들어왔다”고 감사 착수 경위를 밝혔다. 감사팀은 노현정, 강수정 아나운서가 지난해 8월부터 올 3월까지 모 공익광고 출연과 외부행사 진행 등으로 사례금을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감사팀은 아나운서팀에 “해당자들에게 주의 조치를 내리고 회사일이 아닌 외부활동 참여를 자제시키라”고 요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김 팀장은 “이들이 받은 액수는 밝힐 수 없다”며 “아나운서팀이 올해 초 외부활동을 제한하는 내부규정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감사팀의 설명과 해당부서인 아나운서팀의 설명은 달랐다. 표영준 아나운서팀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주의를 준 적도 없고 잘못한 점도 없다”고 감사팀의 설명을 전면 부인했다. 표 팀장은 특히 사규와 아나운서팀 내부규정을 묻는 기자에게 “말할 필요가 없다. (기사를) 마음대로 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아나운서팀의 논리라면 애초부터 감사팀이 감사에 착수할 이유도 없었다. 감사팀이 문제를 확인해 주의조치를 했다고 밝혔음에도 아나운서팀이 “문제가 없다”고 강변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KBS가 2003년 발표한 윤리강령에는 “KBS는 한국을 대표하는 공영방송”이라는 점이 명시돼 있다. 아울러 “KBS인은 공영방송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취재 보도 제작의 전 과정에서 여타 언론인보다 더욱 엄격한 직업 청렴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KBS에 수신료를 내야 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자체감사에서 지적까지 받은 공영방송 아나운서의 외부활동 적합성을 묻는 것은 시청자로서의 기본 권리다. “말할 필요가 없다”는 KBS의 무책임한 답변은 취재 거부이기 이전에 시청자를 무시하는 행위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