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부-영등위가 잘못해서…” 문광위 의원들 책임 미루기

  • 입력 2006년 8월 26일 03시 03분


한나라당 박형준 의원이 25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부산디지털문화축제 때 한국어뮤즈먼트 산업협회로부터 행사 협찬금 1억 원을 받는 과정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해명하고 있다. 박 의원은 14∼17일 부산에서 열린 부산디지털문화축제의 공동조직위원장을 맡았다. 연합뉴스
한나라당 박형준 의원이 25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부산디지털문화축제 때 한국어뮤즈먼트 산업협회로부터 행사 협찬금 1억 원을 받는 과정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해명하고 있다. 박 의원은 14∼17일 부산에서 열린 부산디지털문화축제의 공동조직위원장을 맡았다. 연합뉴스
경품용 상품권 발행업체 등이 회원으로 있는 한국어뮤즈먼트산업협회(KAIA)가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박형준 의원이 공동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사단법인 ‘부산디지털문화축제 조직위원회’에 행사 협찬금으로 1억 원을 낸 것으로 25일 밝혀졌다.

KAIA 측 관계자는 전화 통화에서 “7월 21일자로 된 부산디지털문화축제 조직위원회 명의의 협찬금 협조 요청 공문을 받았다”며 “공문에는 행사 개요와 함께 1억 원을 보내 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협회 이사회는 이 행사에 10만 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해 홍보 차원에서 협찬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부산시의 공식 행사로 공식 지원금과 협찬금 등의 협조 요청은 대행사가 모두 맡고 있다”면서 “협회가 협찬을 한 사실은 행사가 끝난 뒤 회계보고를 받을 때 알았다”고 해명했다.

지난해 국회에서 게임업체를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했던 박 의원은 “오해를 받을까 봐 전화를 걸거나 협찬을 부탁한 적이 없다”며 “상품권 발행업체 지정 과정에서 로비나 청탁 등 온갖 의혹에 조금이라도 관여됐다면 의원직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KAIA가 문광위 소속 다른 의원들에게도 공식 비공식적으로 후원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의원들 사이에서는 ‘바다이야기’의 인허가 파문 및 경품용 상품권 지정 의혹과 관련해 ‘책임 미루기’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국회 문광위에서 문화부의 사행성 게임 규제 강화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지적을 받은 열린우리당 김재홍 의원은 이날 기자들에게 “이 사태의 본질은 문화관광부와 영상물등급위원회 등 각 기관, 각 영역의 책임이 어우러졌다”며 ‘문광위 책임론’을 부인했다.

김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에 출연해 ‘검경으로 단속권이 넘어가야 하는 것 아니었느냐’는 질문에 “불법행위는 어차피 놔둬도 검찰이나 경찰이 단속하고 처벌하게 돼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 김 의원은 ‘상품권 업체의 로비를 받았느냐’는 질문에는 “상품권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며 “사행성을 부추기는 큰 작용을 한다는 건 알았지만 문화 콘텐츠 진흥을 위한 것과는 관련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날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열린우리당 정성호 의원과 선병렬 의원이 “박형준 의원과 상품권 업체의 부적절한 관계가 드러났다”며 박 의원 책임론을 제기했다.

반면 같은 당 이광철 의원은 24일 한 라디오방송에서 “여야 의원 모두 게임의 사행성을 예측하지 못하고 안일했던 점에서 책임을 면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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