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여 개 게임 관련 제조, 유통, 사업자들의 단체로 올해 1월 설립된 한국어뮤즈먼트산업협회는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박형준 의원이 조직위원장을 맡은 ‘부산국제디지털 문화축제’에 1억 원을 지원한 것으로 확인돼 나머지 돈의 사용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장당 1원씩 20억 원 모아”=협회 회원사인 한 업체 사장은 25일 본보 기자와 만나 “협회에서 19개 상품권 발행업체들에 30억 원을 목표로 기금을 모아 줄 것을 요구해 20억 원 정도 모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협회에 가입해 있는 또 다른 게임업체 사장도 “상품권 발행업자들이 협회에 30억 원을 모아 줘 로비자금으로 활용한다는 말이 업계에서는 파다하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협회 고위 관계자는 “상품권 발행업체들이 상품권 5000원권 한 장에 1원씩 적립해 20억 원을 모았다”며 기금 모금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그는 “로비를 위한 돈이라기보다 회비로 걷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권한과 인맥 막강=게임업계에선 이 협회가 가진 ‘잠재적인 힘’이 상품권 발행업체들을 불러 모은 배경이 됐을 것이라고 관측한다.
우선, 이 협회는 10월 발효될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진흥법)’ 시행령에서 게임기의 기술심의 부분을 맡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단체다.
새 게임진흥법에선 게임물을 청소년물과 성인물 등으로 분류하는 ‘콘텐츠심의’와 메모리 연타와 ‘대박’ 예시기능 등을 심의하는 ‘기술심의‘로 나누고 있다. 콘텐츠심의는 신설될 게임물등급위원회가 맡을 예정이고 기술심의를 맡을 기관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10월 발효될 게임진흥법 시행령안 16조에서 사실상 기술심의를 문화관광부 관할에 두고 있어 문화부 소관으로 기술적 전문성이 인정되는 게임 제작자 단체인 이 협회가 가장 유력하다.
이 협회를 주도하고 있는 인사들은 문화부 산하기관인 한국게임산업개발원과 19개 상품권 발행업체 중 하나인 안다미로 출신이다.
이 협회의 정영수 회장은 2002년 4월부터 2004년 2월까지 문화부 산하단체인 게임산업개발원장으로 재직했고 문화부 공무원을 상대로 로비한 의혹에 휩싸인 안다미로의 김용환 사장도 현재 이 협회의 등기이사로 올라 있다.
김 사장은 2003년 2월부터 1년 10개월간 게임산업개발원 이사로도 일해 정 회장과 각별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다미로의 판매 총책임자였던 H 씨는 현재 이 협회의 자문역으로 인사권과 자금을 전반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검찰 수사팀 보강=서울중앙지검은 25일 마약조직범죄수사부를 중심으로 구성된 특수수사팀에 특수2부 소속 검사 6명(부장 포함)을 새로 투입했다. 또 대선자금 수사팀에서 활약했던 울산지검 조재연 검사도 파견받기로 했다. 이로써 이번 수사에 투입된 검사는 모두 13명으로 늘었고 수사관을 포함한 수사 인력도 100여 명에 이르는 매머드급으로 구성됐다.
특수2부는 상품권 발행업체 지정 과정과 정관계 로비 의혹 부분을 맡을 예정. 상품권 발행업체들이 지난해 거액을 갹출해 정관계 로비에 나섰다는 대검찰청의 첩보 내용도 조사 대상에 올라 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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