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부-게임개발원이 로비대상”

  • 입력 2006년 8월 26일 03시 03분


로비 창구?19개 경품용 상품권 발행회사로부터 회비 명목으로 수십억 원의 돈을 걷어 로비한 의혹을 받고 있는 한국어뮤즈먼트산업협회 입구. 문화산업분과위원회 명패에는 상품권 발행회사의 이름이 적혀 있다. 강병기 기자
로비 창구?
19개 경품용 상품권 발행회사로부터 회비 명목으로 수십억 원의 돈을 걷어 로비한 의혹을 받고 있는 한국어뮤즈먼트산업협회 입구. 문화산업분과위원회 명패에는 상품권 발행회사의 이름이 적혀 있다. 강병기 기자
검찰이 성인용 게임 경품용 상품권 발행업체 19곳에 대한 전면 수사에 나섰다.

상품권 발행업체 다음커머스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에서 나타난 내용은 △정관계 금품로비 의혹 △분식회계 △심사기준 통과를 위한 각종 서류 조작 등 전방위적이다.

검찰은 이 같은 영장의 내용이 “아직은 확인되지 않은 첩보 수준”이라면서도 19개 업체 모두에 똑같은 혐의를 두고 있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 상당수 업체의 대표 또는 대주주가 형사처벌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정관계 로비 의혹=검찰은 상품권 발행업체로 지정되는 것 자체가 엄청난 특혜였던 것으로 확인된 만큼 정관계에 대한 로비가 치열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24일 법원에 청구했던 압수수색 영장에서 로비 대상으로 일단 상품권 발행업체 지정 권한이 있는 한국게임산업개발원 관계자와 주무 부서인 문화관광부 담당 공무원이라고 적시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올 2월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도 수사 방향을 문화부 실무자→게임산업개발원 관계자→정치권으로 잡고 있었다. 당시 문화부 실무자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검찰은 “정치권에서 하도 전화가 많이 걸려 와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할 지경이었다”는 진술을 확보했으나 수사가 더는 진척되지 못했다.

검찰은 브로커 이모 씨를 연결고리로 해 로비가 이뤄졌다는 구체적인 첩보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게임업계 유관 단체의 전직 고위 임원이 상품권 발행 지정업체들로부터 거액을 갹출한 정황도 포착한 상태다.

이들 상품권 업체가 지정을 앞두고 로비를 위해 정치권이나 관계의 실력자와 통하는 인사를 임원으로 영입했다는 소문도 무성하다.

▽분식회계 및 가맹점 실적 조작=검찰은 다음커머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서 ‘자본 잠식으로 인증과 지정을 받을 수 없었는데도 재정 상태가 양호한 것처럼 회계 서류를 조작했다’고 밝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3, 4개 업체는 자본금이 10억 원도 되지 않는 업체들인 것으로 안다”며 “일부 업체는 상품권 발행을 위한 지급보증을 받기 위해 고리의 사채를 끌어다 쓴 곳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일부 상품권 발행업체는 각 지역 총판에서 몇억 원씩을 거둬 지급보증을 위한 예치금을 조달했고, 이 총판에는 폭력조직의 자금이 흘러들어갔다는 소문도 있다.

가맹점 수 역시 여러 업체에서 조작된 서류를 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정 수 이상의 가맹점을 확보해야만 심사 기준을 통과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일부 업체는 불과 며칠 만에 허위 가맹점을 만들어 서류를 제출했다. 지난해 3월 상품권 발행업체로 22곳이 인증을 받았다가 모두 취소된 것도 가맹점 실적 조작 등 허위서류를 낸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해 8월 인증제도 대신 지정제도가 도입된 배경이기도 하다.

▽상품권 초과발행 및 매출액 누락=상품권 발행업체들이 게임산업개발원으로부터 지정을 받을 당시 허가된 발행 한도를 초과해 상품권을 발행했다는 것은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로 통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동부지검은 올 1월 상품권 발행업체인 싸이렉스가 상품권 55만 장을 초과 발행한 사실을 적발해 싸이렉스 대표 길영하 씨를 사기혐의로 구속기소한 적이 있다.

이처럼 상품권 초과 발행은 대부분의 업체에서 규모의 차이만 있을 뿐 일종의 관행처럼 이뤄져 와 19개 업체 중 상당수가 이 부분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일부 업체는 매출액을 누락해 세금을 탈루하거나, 상품권 초과 발행 등을 통해 벌어들인 불법 수익을 회계장부에 기재하지 않고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확인된 건 아니지만 이중장부와 차명계좌를 사용했다는 첩보도 있다”고 전했다.

특히 매출액을 속여 조성한 비자금은 정관계 로비를 위한 자금으로 쓰였을 개연성이 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19개 업체의 회계장부를 샅샅이 조사한 뒤 매출액의 자금 흐름 추적에도 나설 방침이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주요 출금 인사는 누구▼

《바다이야기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출국을 금지한 인사 가운데는 대기업 및 벤처기업 대주주나 게임 관련 전문가가 많이 포함돼 있다.》

▽이재웅(38) 다음커뮤니케이션 사장=1995년 2월 불과 5000만 원으로 회사를 설립해 현재 1200억 원대 주식을 보유한 벤처업계의 ‘신화적 인물’로 꼽힌다. 이 사장은 올해 4월 다음커머스를 별도 법인으로 분리시켜 경품용 상품권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다음커머스의 대주주는 이 사장과 아나운서 출신인 부인 황현정 씨 등 가족 7명으로 모두 2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홍석규(50) 보광그룹 회장=19개 경품용 상품권 업체 중 발권한도액이 1250억 원으로 가장 많은 한국문화진흥의 최대 주주.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의 막내 동생으로 ㈜보광 사장으로 재직하다가 2004년부터 보광그룹 회장을 맡아 왔다. 홍석규 회장을 포함해 홍석현 전 회장의 동생 4명은 한국문화진흥의 지분 52%를 갖고 있다.

▽김용환(48) 안다미로 사장=1999년 댄스 게임기 ‘펌프’를 개발해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에서도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다. 그는 안다미로가 2005년 3월 경품용 상품권 발행 인증회사로 선정되기 전인 2003년 2월∼2004년 12월 경품용 상품권 발행사를 지정하는 권한을 가진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의 이사를 맡은 것으로 최근 밝혀져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최병호(41) 해피머니아이엔씨 사장=현재 상품권 발행사 협의회장을 맡고 있다. 최 사장은 외환딜러를 거쳐 한국문화진흥에서 기획팀장으로 일하기도 했다. 1999년 1월 해피머니아이엔씨의 전신인 한국선물정보를 세웠으며 2000년 4월부터 해피머니문화상품권을 발행했다.

▽우종식(50) 한국게임산업개발원 원장=성인오락기와 경품용 상품권 발행업체를 지정하는 기관인 이 개발원의 수장(首長)이다. 우 원장은 정보기술(IT)계의 ‘노사모’로 통했던 ‘현정포럼’ 회원 출신이기도 하다.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김재영 기자 j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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