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에 있는 ‘화로’의 의미를 분명히 나타내기 위하여 ‘火(불 화)’를 붙여서 ‘爐(로)’자를 만들고, 화로를 나타내는 경우에는 주로 이 한자를 썼다. 화로는 불로 말미암아 검은빛을 띤다. ‘(노,로)(로)’는 ‘盧’에 ‘金(쇠 금)’이 더해진 한자인데, 이 의미도 역시 ‘화로’지만 최초에는 당연히 쇠로 만든 화로를 지칭했을 것이다. 쇠화로도 불로 말미암아 검은빛을 띤다. ‘蘆(로)’는 ‘盧’에 ‘초(풀 초)’가 더해진 한자인데, 의미는 ‘갈대’이다. 이런 한자를 분별자(分別字)라고 한다. 원래 한자의 여러 가지 의미를 하나하나 나누어 구별하기 위한 한자라는 뜻이다.
다음은 분별자는 아니지만 모두 ‘盧’가 들어간 한자이다. ‘(노,로)(로)’는 ‘盧’에 ‘土(흙 토)’가 더해진 한자인데, 의미는 ‘검은 흙’이다. ‘-(로)’는 ‘盧’에 ‘目(눈 목)’이 더해진 한자인데, 의미는 ‘눈동자’이다. 눈동자는 눈의 가장 검은 부분이다. ‘(노,로)(로)’는 ‘魚(고기 어)’와 ‘盧’가 합쳐진 한자인데, 의미는 ‘농어’이다. 농어에는 검은빛 점이 선명하게 박혀 있다. ‘(노,로)(로)’는 ‘鳥(새 조)’와 ‘盧’가 합쳐진 한자인데, 의미는 ‘가마우지’이다. 가마우지는 온몸이 검은 새이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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