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한 분석이 주몽 더 빛내”… ‘주몽’ 정형수 작가와 고증맡은 조경란 씨

  • 입력 2006년 8월 28일 03시 00분


‘다모’ 방영 당시 역사 고증의 오류를 지적한 인연으로 ‘주몽’에서 함께 일하게 된 정형수 작가(왼쪽)와 조경란 씨. 남원상 기자
‘다모’ 방영 당시 역사 고증의 오류를 지적한 인연으로 ‘주몽’에서 함께 일하게 된 정형수 작가(왼쪽)와 조경란 씨. 남원상 기자
MBC 드라마 ‘주몽’(월화 오후 9시 55분)의 정형수 작가와 고증을 담당한 조경란 감수위원의 인연은 ‘다모’(MBC·2003년) 때부터 시작했다. ‘옥에 티’를 잡아내는 날카로운 시청자에서 제작진의 일원으로 든든한 조언자가 된 조 위원이 24일 정 작가의 집필실을 찾았다.

두 사람의 만남은 ‘다모폐인’으로 활동하던 조 위원이 홈페이지 게시판에 “‘다모’에 역사 사실과 다른 오류가 있다”는 글을 남긴 것이 계기였다. 여주인공인 채옥(하지원)이 서인에 의해 퇴출당한 남인 집안 출신으로 노비생활을 하는 내용이 문제였다.

“배경이 숙종이 재위한 시대인데 드라마 자막에 나온 연도는 남인이 다시 집권해서 서인을 몰아낸 시기였어요. 채옥이 노비생활을 하며 신분을 숨기고 살 이유가 없었죠.”(조 위원)

조 위원은 서강대에서 한국사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세종대왕기념사업회’ 한국학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역사학도였던 당시에도 역사에 대한 정보와 사극을 보는 분석력은 남달랐다. 정 작가가 고증 상의 실수를 인정하는 답글을 남기며 두 사람의 인연은 시작됐다.

“제 실수를 게시판에 예리하게 지적해 수긍했어요. 그 뒤에도 좋은 지적과 글을 꾸준히 남겨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들이 실제로 만난 것은 ‘다모’가 끝난 뒤 정 작가의 팬카페 모임에서였다. 정 작가는 이날 조 위원에게 차기작의 고증을 맡아 달라고 부탁했다.

“많은 사람이 전공 분야에 대해서는 자기 논리만 주장하며 다른 의견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현학적이지 않은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정 작가)

“한참 역사공부에 푹 빠져 있던 때라 시시콜콜 잘못된 점을 따지고 싶어 했어요. 그런데 그런 점을 좋게 봐 주셔서 새로운 작품에 참여해 달라는 얘기를 듣고 기쁘기도 하고 놀라기도 했어요.”(조 위원)

조 위원은 2005년 5월부터 감수위원으로 ‘주몽’팀에 합류했다. 정 작가는 까다롭고 깐깐한 역사학자의 분석이 부담스럽지는 않으냐고 묻자 “‘주몽’의 가장 큰 우군이 조 위원이다”고 대답했다.

“작가와 연출자, 배우의 역할은 창작물을 만드는 것이죠. 제 몫은 사극을 이해하기 쉽도록 돕는 것이고요. 사극은 역사적인 잣대만으로 시비를 가리며 비판하기보다 작품 자체의 흐름을 고려해야 한다고 봐요.”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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