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치… 엽기… 일상을 비틀다… ‘믿거나 말거나 박물관’전

  • 입력 2006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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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미술가 최정화(45) 씨에게 미술관 개인전으로는 두 번째인 ‘믿거나 말거나 박물관’전은 의미가 크다. 첫 개인전은 그리 큰 규모가 아니었으니, 3개 층 전시관을 모두 쓰는 이번 전시회는 그의 기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기회다. 최 씨의 표현을 빌리면 ‘신나게 놀 수 있는’ 판이 벌어졌다.

놀이터는 서울 종로구 세종로 일민미술관. 놀이판은 9월 1일 시작해 10월 15일까지 계속된다. 십수 년 전 ‘이것이 미술’이라며 굴러다니는 바구니, 전구, 마네킹을 미술관에 옮겨 놓아 엄청난 충격을 줬던 최 씨. 그는 단숨에 ‘대중’ ‘키치’ 하면 떠오르는 작가가 됐다.

이번 전시회는 그 ‘키치 미술의 대부’의 명성을 확인하는 자리다. 개인전이라지만 작가 손으로 만든 걸 찾기가 어렵다. 대신 ‘출연진’이라는 게 있다. 김한용 구성수 이유정 손은정 한젬마, 노네임노샵, 쌈지마켓…. 화가 건축가 사진작가에 디자이너그룹과 브랜드숍까지 온갖 미술 관련 종사자들이 동원됐다. 전시되는 물건 70여 점 대부분이 이들 ‘출연진’의 작품이다. 최 씨는 이 물건들을 ‘연출하는’ 감독 역할을 맡은 셈이다.

유리창에 붙어 있는 나뭇잎, 붉은 앨범 커버를 씌운 다비드 상, 진공청소기의 먼지를 뿌려 만든 그림…. 작품들 제목을 물으니 작가는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답한다. 하기야 3억 원을 호가하는 댄 플레빈의 사색 형광등 작품이 철물점에서 산 형광등과 나란히 놓여 있으니 작품 제목이 큰 의미는 없을 법하다.

태국에서 주문한 원색의 소쿠리 3만 개를 이어 만든 벽, 플라스틱과 조화를 이어 만든 꽃 샹들리에. “제 작품이긴 한데… 만든 건 아니고 주문 제작한 거예요.” 웃음을 터뜨리며 작가가 말했다. 한눈에 봐도 촌스러운 색깔, 싸구려 재료다. 수많은 ‘최정화 아류’들을 만들어 낸 바로 그 키치적인 감각이다.

한쪽 벽에는 사진작가 김경호 씨의 동상 사진이, 다른 쪽 벽에는 쌈지마켓에서 가져온 그림들이 붙어 있다. “그림당 20만 원에서 50만 원 정도? 이거 쌈지마켓에서 파는 건데요, 여기서도 가격표 붙여서 팔 거예요.” 최 씨는 우아한 미술관을 시끌벅적한 백화점으로, 예술을 상품으로 만들어 놨다. “누가 예술을 신성하다고 합니까? 예술은 어려운 게 아니에요. 보는 사람 마음대로 판단하는 겁니다.” 통렬한 은유도 있다. 하나는 포장마차 천을 씌웠고 다른 하나는 루이비통 무늬 천을 씌운 의자. 같은 기능이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싸 놓은 포장을 본다.

미술관 안만 전시장이 아니다. 미술관 앞 광장도 그의 놀이터다. 이승복 상, 유관순 상, 모자상 같은 동상이 서 있다. 동두촌의 폐교에서 갖고 온 동상들이다. 닫힌 건물뿐 아니라 열린 공간이 예술의 무대가 돼야 한다는 신념이 비친다.

이 별스러운 전시장에서 우리가 가까이 봐 왔던 물건들은 낯설게 보인다. ‘익숙한 것을 달리 발견하기’는 예술이 해야 할 일임을, 최 씨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보여 준다. “와서 느끼라”는 작가의 말에 “무엇을?”이라고 되물었다. “그게 바로 관객의 몫”이라고 작가는 답했다. 관람료 어른 3000원, 학생 2000원. 02-2020-2055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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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거나 말거나 박물관’전에서는 꽃 샹들리에, 사진, 소쿠리 벽같이 최정화 씨가 주문 제작했거나 다른 미술 관련 종사자들이 출품한 작품이 전시된다. 그렇기 때문에 최 씨는 일일이 작품제목을 붙여 놓지 않을 작정이다. 사진 제공 일민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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