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상에 나타난 고려는 중국 일본뿐 아니라 이슬람 국가와의 활발한 해상무역을 통해 부를 축적했던 국가. ‘고려사’나 ‘고려사절요’에는 개경에서 수은이나 몰약(방부제) 등을 판매하던 회회(回回·이슬람) 상인에 대한 기록이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사료상의 기록일 뿐 그동안 고려의 해상 활동을 증명해 줄 자료가 없어 사학계는 애를 태워 왔다.
28일 언론에 공개된 고려 선박 2척은 중국 산둥(山東) 성 산둥 반도 북단에 있는 펑라이(蓬萊) 시 소재 항구 유적인 덩저우수이청(登州水城) 해안에서 발굴 인양된 것으로 중국으로 장사를 하러 떠났던 14세기 무역선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5개월에 걸쳐 원·명나라 때 유명 항구였던 덩저우수이청을 발굴하던 산둥 성 문물고고연구소와 옌타이(煙臺) 시 박물관, 펑라이 시 문물국 소속의 중국 학자들은 중세 무역선 선박 4척을 발굴했다. 고려 배로 추정되던 2척의 배(펑라이 3, 4호)를 조사하기 위해 한중 공동조사가 이뤄진 끝에 선박 2척이 고려의 것임이 최종 확인된 것.
첫째, 선박에서 발견된 질그릇이다. 인양된 선박에서는 고려청자와 질그릇 등이 대거 발견됐다. 만약 고려청자만 발견됐다면 고려청자를 구입해 간 중국의 선박일 수도 있겠지만 발견된 질그릇은 중국에서는 사용되지 않고 오직 고려의 민간에서만 사용되던 그릇이라는 것.
둘째, 배의 재질이다.
중국의 배는 전통적으로 삼나무와 장목을 많이 썼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소나무를 배의 주재료로 써 왔다. 중국에서는 소나무가 남부의 일부 지역에서만 자라기 때문에 선박의 주재료로 이용되지 못했다.
셋째, 건조 방식이다.
중국의 선박은 철못으로 이음새를 연결했지만 우리는 나무못을 썼다. 또한 중국의 배 밑은 다이아몬드의 아랫부분처럼 뾰족하게 돌출돼 있지만 우리의 배는 밑이 편평한 이른바 평저형(平底形)이다.
발견된 고려 선박의 길이는 17.2m이고 복원 추정치는 22.6m에 이르러 현존하는 고려 선박 중 가장 큰 것으로 밝혀졌다. 지금까지 발견된 고려 선박 중 가장 큰 것은 전남 안좌도에서 발견된 ‘안좌선’으로 길이가 13m였다.
조사에 참여했던 국립해양유물전시관의 김성범 관장은 “지금까지 발견된 선박의 규모로는 고려의 원양 항해를 설명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 발견된 선박은 원양무역을 가능케 할 정도의 크기다”라고 밝혔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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