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과 서울을 잇는 60km의 축은 지난 1000년간 한반도의 중심이었습니다. 한반도의 발전 전략을 이야기할 때 이 축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이런 점에서 현 정부의 행정수도 정책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그는 40여 년간 건축과 도시설계 분야에 천착해 왔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의 ‘여의도 마스터플랜’을 비롯해 서울 예술의 전당 등이 그의 작품.
‘희망의 한반도 프로젝트-건축 도시 40년’으로 명명한 이번 전시는 평생에 걸친 그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은 행사다. 수도권 전략, 지방권 자립, 21세기 도시산업, 해외도시 설계, 건축의 도전 등 다섯 코너로 나뉜다. 서울의 미래상을 담은 수도권 전략은 2000년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 한국관에 출품됐다. 작품 대부분을 해외에서 발표해 인정받았다.
지방권 자립(안)은 지방 도시의 발전 전략을 담고 있다. 대구 주변에는 포항(제철) 울산(중공업) 경주(문화) 등 세계적인 자원을 가진 도시가 많다. 그는 “대구가 이를 아우르는 전략을 만들어 내면 또 하나의 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목포도 일본과 중국을 잇는 다리 역할에 초점을 맞춰 21세기 발전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한다.
도시 설계안은 국내에만 머물지 않는다. 최근 그는 공자의 향도인 취푸(曲阜) 문화교육관광도시안을 중국에서 발표했다. 공자의 묘와 공림을 그대로 두고 그 앞에 최첨단 디지털 도시를 건설하자는 제안이다.
“그동안 여러 정치인이 찾아와 도시설계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듯하더니 나중에는 딴소리를 했어요. 이 전시는 미래 도시가 어떻게 되어야 한다는 것을 ‘지식인’들에게 알리고 싶은 취지에서 마련했습니다. 그래야 정치인들이 허튼소리를 못하죠.”
최근 3년 사이 두 번의 큰 수술을 받은 그는 “지인에게서 건축에만 몰두하면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이제 그 의미를 알 것 같다”며 “한국인의 미 의식이 높아져 도시를 이대로 둬선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으니 이젠 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31일∼9월 5일. 02-764-3072
허엽 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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