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씨는 “사진은 글과 그림보다 스스로를 표현하기에 좋은 도구”라며 “소형 사진기(라이카)는 본능적으로 쉽게 다가갈 수 있고 본 대로 말해 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1969∼90년에 찍은 사진 26점을 선보인다. 함께 내놓은 사진집 ‘SEOUL’에는 81점이 담겨 있다.
그의 작품은 서울의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린 듯, 우리에게 잊힌 기억을 일깨운다. 30년 전 고단하던 삶을 스냅 한 장으로 각인시켜 주거나 1980년대 민주화 과정의 정치 사회적 이슈의 현장도 선명하게 보여 준다.
1970년 ‘광교’는 리어카 위에서 곤하게 잠든 짐꾼을, 1975년 ‘동대문’(사진)은 보행 위반자를 나무울타리에 가둬놓고 계도했던 당시의 우스꽝스러운 풍경을 담았다. 1976년 ‘압구정동’에서는 막 들어서기 시작한 아파트 단지를 배경으로 농부가 소를 몰며 쟁기질을 하고 있다. 지금과 비교하면 상전벽해다.
또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당시의 ‘명동성당’, 1980년 5월 ‘서울의 봄’ 때 ‘광화문’ 시위 장면, 1988년 여의도에서 벌어진 ‘미 축산물수입반대 시위’를 비롯해 전직 대통령에 대한 기록도 이어진다.
작가는 1990년 이후부터 최근까지의 작품은 두 번째 서울전에서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서울을 주제로 한 작품 외에 ‘섬’ ‘커플’ ‘담배’ ‘웃음’ 시리즈 등 폭넓은 작품 세계를 보여 주었다. 02-733-6331
허엽 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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