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시대 개발독재 모델이 경제뿐 아니라 정치에서도 유효한 전략이었음을 주장하는 ‘박정희 시대의 재조명’(전통과 현대)과 개발독재의 근거가 이미 자유민주주의 내부에 똬리를 틀고 있었다는 ‘근대의 경계에서 독재를 읽다’(그린비)가 그것.
김용서 이화여대 교수, 좌승희 경기개발연구원장, 이대근 성균관대 명예교수, 유석춘 연세대 교수, 김광동 나라정책원 원장, 이춘근 자유기업원 부원장 등이 필자로 참여한 ‘…재조명’은 박정희 모델을 과도기적 모델로 수긍하는 기존 우파의 시각에서 한발 더 나아가 21세기형으로 충분히 변용 가능한 모델이라고 주장한다.
이 책은 △박정희 모델(관치차별화)에서 반(反)박정희 모델(관치평등화)로의 전환이 한국 경제성장 둔화의 주범이며 △선거 중심의 민주주의보다 박정희 시대의 기회 균등과 평등체제가 실질적 민주주의 성장에 기여했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대표 필자인 김 교수는 “박정희 모델은 남북이 대립한 냉전시대 남한의 우월성을 확립한 유일 모델이자 ‘위기 영속 약소국가’라는 굴레를 벗어나게 한 국가 전략”이라고 주장하며 박정희 체제의 극복이 아닌 업그레이드를 주장했다.
반면 임지현 한양대 교수, 윤해동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연구교수,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 고병권 수유+너머 대표 등이 필자로 참여한 ‘…독재를 읽다’는 박정희 체제가 대중의 일정한 동의 아래 이뤄졌음을 주장해 온 대중독재론을 넘어서 그 독재의 기원을 자유민주주의 내부에서 찾아내는 과감한 주장을 담고 있다.
이 책은 △자유민주주의와 파시즘이라는 대중독재가 모두 서구 근대정치의 산물이며 △유신체제의 대중독재를 가능케 한 매개체가 곧 자유민주주의였고 △유신독재에 대한 실질적 저항이 근대성의 희생자인 도시 빈민과 농민의 참여로 확산됐다는 주장을 통해 독재와 민주주의가 근대성의 쌍생아임을 폭로한다.
대중독재론의 주창자인 임 교수는 ‘자유민주주의는 가장 세련된 형태의 전체주의’라는 발언을 통해 대중독재론을 서구중심주의와 오리엔탈리즘의 극복을 겨냥하는 탈근대이론으로 발전시켜 갈 것임을 천명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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