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사행성 성인게임 ‘바다이야기’ 허가와 경품용 상품권 인증제 및 지정제 도입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2004년 7월 1일∼2006년 3월 26일)이었다.
이 때문에 노무현 대통령이 언급한 사행성 게임의 만연과 관련한 ‘정책적 오류’의 당사자로 지목됐으며 야당은 물론 열린우리당 내에서도 책임론이 제기되는 등 사면초가(四面楚歌)의 처지에 놓였다.
정 의원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장을 찾아 “당시 주무 부처 장관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을 진심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백의종군하는 심정으로 당직을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바다이야기 파문 사태에 대한 첫 사과이자 정책 실패 논란에 대한 책임을 우회적으로 인정한 것.
정 의원은 “각종 의혹에 대해서는 현재 검찰 수사와 감사원 감사가 진행되고 있다”며 “조사 결과가 나오면 국민 여러분께서 걱정하고 계시는 문제가 명명백백하게 밝혀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정 의원의 당직 사퇴와 별개로 김근태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마땅히 점검했어야 할 정부 정책을 견제하지 못해 비극적 사건을 만든 책임이 있는 만큼 집권 여당의 당의장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한명숙 국무총리의 대국민 사과 성명에 맞춰 김 의장과 정책 실패 책임 논란의 당사자인 정 의원까지 일제히 고개를 숙인 것은 각종 비리 의혹의 사실 여부를 떠나 정책 과오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는 모습을 보여 줌으로써 민심을 수습하려는 의지로 보인다.
정 의원은 “당직 사퇴 여부를 지도부와 상의했느냐”는 물음에 “스스로 판단한 것”이라고 했지만 당정 수뇌부와 정 의원은 사과 문제를 놓고 사전 조율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정 수뇌부의 사과와 정 의원의 당직 사퇴에도 불구하고 여권 책임론은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는 않다.
특히 정 의원의 경우 장관 재직 시절 벌어진 일들에 대해 제대로 소상히 밝히지 않고 당직만 사퇴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라는 지적이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김성조 전략기획본부장은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문화부가 주무 부처였고 각종 규제가 완화될 당시 장관이었던 정 의원에게 총체적 책임을 묻는 건 당연하다”며 “이 전 총리 또한 실세 총리로서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한다. 이 전 총리는 지난해 9월 사행성 성인오락실 실태를 보고받은 뒤 관계 부처 회의를 주재하고 총리실에 실무팀을 구성했지만 전국은 도박장이 됐다”고 주장했다.
나경원 대변인은 “정책 혼란과 비리 의혹의 중심에 있던 정 의원이 당직 사퇴만으로 책임을 면탈할 수 없다”며 “정 의원은 정책의 문제점, 청탁과 로비의 실태, 주변과 배후 인물 관계 일체를 밝히고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韓총리 2번째 대국민 사과▼
한명숙 국무총리는 29일 사행성 성인게임 사태와 관련해 “내각을 총괄하는 총리로서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이날 국무회의에 앞서 발표한 대국민 사과 성명을 통해 “이 게임이 전국으로 확대되면서 서민생활과 서민경제에 심각한 피해를 초래했다”며 “사행성 게임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제도적 허점과 악용의 소지를 미리 대비하지 못한 정부의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22일 문화관광부를 방문해서도 문화부의 책임을 거론하며 비슷한 내용의 대국민 사과를 한 바 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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