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그곳에 가면/청량산 자락 이전 재개관한 가천박물관

  • 입력 2006년 8월 30일 07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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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주전자처럼 생긴 저 작은 항아리는 TV 드라마에서 많이 본 것 같아요.”

“아, 약탕기예요. 옛날 선조들이 병을 고치는 데 필요한 한약재를 달이던 기구예요.”

29일 오전 인천 연수구 옥련동 567-22 가천박물관 1층 의학사료관.

심효섭(39) 학예실장이 박물관을 찾은 유치원생 50여 명을 인솔해 각종 전시물을 둘러보며 조선시대에 사용했던 의료기구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어린이들은 개화기 이후 병원에서 쓰던 환자용 산소공급기와 수술도구, 의사면허증을 보며 신기한 표정을 지었다.

심 실장은 “일반 공립박물관에선 좀처럼 볼 수 없는 전시물이 많아 어린이들이 많이 찾는다”며 “국내 의료사(史) 전문 사립박물관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고 말했다.

가천문화재단이 올해 40억 원을 들여 청량산 자락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세운 이 박물관 주변에는 인천시립박물관과 인천상륙작전기념관이 들어서 박물관 문화벨트를 형성하고 있다.

1995년 남동구 구월동에 처음 문을 열어 운영했으나 더 많은 시민이 관람할 수 있도록 최근 이 건물로 옮겼다.

박물관은 조선시대 전통 한방기구와 개화기 이후 국내에 들어온 서양 의료기구, 유물 1500여 점을 전시한다.

보물로 지정된 의학서적도 볼 수 있다.

1399년 조선에 자생하는 약초를 집대성하기 위해 발간한 향약제집성방(보물 제1178호)과 1434년 중국의 한의서를 실정에 맞게 새로 편찬한 전문 의학서인 태산요록(보물 제1179호) 등 보물로 지정된 국가문화재 13점을 소장하고 있다.

특히 인천에서 유일하게 소장하고 있는 국보(제276호)인 초조본 유가사지론(初雕本 瑜伽師地論)이 눈에 뜨인다.

고려시대 거란의 침입을 물리치려 한 조상들의 호국정신이 담긴 불교문화재로, 대장경의 초판 격이지만 완벽한 인쇄술을 감상할 수 있다.

의학사료관을 나오면 간행물 창간호실이 관람객을 맞는다.

근·현대에 발간된 잡지와 신문 창간호 9000여 점을 보유하고 있는데 1997년 한국기네스북에 국내 최대 창간호실로 등록됐다.

이 밖에 민속생활사 유물과 희귀 고서, 근대 정부기록자료 등 2만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박물관은 10월부터 이전 기념 특별전시회를 연다.

조선시대 사망사건의 원인을 분석하기 위한 검시과정을 재현해 당시에도 과학수사를 펼쳐 왔음을 증명하는 ‘조선의 법의학과 무원록(無寃錄)’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임시 개관 상태로 단체 관람은 예약해야 한다. 개관 시간은 화∼일요일 오전 9시∼오후 5시이며 관람료는 없다. 032-833-4747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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