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발적으로도 들릴 수 있는 이 같은 외침이 한국 교회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을 것인가.
27일 일요일 오후 서울 신사동 R호텔에 위치한 나이트클럽. 스피커를 통해 무대에 울려퍼지는 사운드는 신나는 댄스 음악이나 랩의 굉음이 아닌 찬양 소리와 '아멘'이다. 서울 강남권에서 '물' 좋기로 유명한 이 나이트클럽에서 찬양 예배가 시작된 지 벌써 한 달째다. 예배 인원만 해도 매주 700명에 이른다.
과거에는 상상조차 힘든 '나이트 클럽 예배'를 기획한 주인공은 서울 온누리교회 청년부 '갈렙공동체'. 담당교역자인 김상수 목사는 "교회가 세상 속으로 나아가려는 움직임"이라고 의미를 정리했다. 일반인들이 기존 교회에 대해 가지고 있는 엄숙하고 폐쇄적인 이미지를 벗고 적극적으로 세상에 접근하겠다는 얘기다.
갈렙공동체의 '세속' 진출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젊은이들의 미팅장소인 스타벅스와 KFC에서의 새벽기도회로 확대됐다. 우리 사회 젊은 세대들에게 눈 높이를 맞춰 적극적으로 다가선다는 전략의 하나다. 온누리교회는 이미 갈렙공동체 외에도 2~3개의 청년 조직이 홍대 앞 클럽과 대학로의 소극장 등을 예배당으로 활용하고 있다.
명동에 위치한 높은뜻 숭의교회는 또 다른 방식의 '세상 속으로'를 시도하고 있다. 2001년 창립된 이 교회는 교회 성전을 짓지 않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시도를 감행했다. 예배당을 지을 돈으로 사회사업이나 교육에 투자하는 것이 기독교 정신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신 숭의여대 강당이 그들의 예배장소다. 일요일 마다 강당을 예배 장소로 사용하는 대신 학교에 교육 기금을 내고 있다. 이 때문에 교회와 세상이 함께 이익을 보며 공존하는 모범적인 선례를 남겼다는 평을 듣는다. 높은뜻 숭의교회가 이런 방법을 택할 수 있었던 것도 '교회=예배당건물'이라는 공식을 과감히 뛰어넘었기에 가능했다.
천주교 역시 적극적으로 교회밖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서울 서교동 성당은 지난해부터 일년에 두 차례씩 홍대 앞에서 '거리 청년미사'를 드리고 있다. 김경식 보좌신부는 "젊은이들이 성당으로 찾아오기 기다리기보다 그들이 즐겨 모이는 공간으로 나가 신앙의 참맛을 전해주고자 거리 미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30일 처음 시작한 거리 미사는 딱딱한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흥겨운 생활성가와 슬라이드쇼를 접목하고 미사 후에는 맥주 파티를 마련해 젊은이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교계 일각에서는 이러한 시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거룩한 예배를 이벤트 중심의 행사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것. 또 교회를 '하나님의 몸'으로 여겨온 보수적인 교회들의 반감도 적지 않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갈렙공동체의 최형석 회장은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대부분의 교회 사람들은 젊은 신도들의 적극적인 신앙활동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식 신부도 "맥주파티는 어디까지나 예배 후 친목을 위한 것으로 초대교회에서 예배가 끝나면 음식을 나눠주던 전례를 따른 것"이라며 "세상과 함께 호흡하려는 예배의 본질을 봐야한다"고 말했다.
유성운기자 polaris@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