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왕성을 처음 예견한 사람은 구한말 조선을 세상에 알린 미국의 외교관이자 사업가였던 퍼시벌 로웰(1855∼1916). 사업차 청나라와 일본을 몇 차례 방문한 로웰은 1883년 조미수호통상사절단으로 미국을 방문한 민영익, 홍영식, 유길준의 통역을 맡으면서 조선과 첫 인연을 맺었다.
로웰은 사절단과 함께 워싱턴,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 각지를 둘러보며 이들에게 서양의 근대문명을 소개했다. 그는 또 당시 고종이 체스터 아서 미 대통령에게 보낸 국서를 번역하는 임무를 맡기도 했다.
홍영식의 초청으로 1883년 12월 조선 땅을 밟은 그는 3개월간 국빈 자격으로 머물며 조선의 문물을 두루 체험했다. 당시 로웰이 촬영한 고종의 사진은 왕실 사진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기록됐다.
미국으로 돌아간 로웰은 이듬해인 1885년 이때의 방문 기록을 모아 412쪽 분량의 ‘조선, 고요한 아침의 나라’라는 책을 펴냈다. 지금도 회자되는 ‘고요한 아침의 나라’라는 표현은 이때 처음 나온 말이다.
이후 천문학과 물리학에 푹 빠진 그는 미국 서부 애리조나 주 사막 한가운데 자신의 이름을 딴 천문대를 세운다. 바로 훗날 명왕성을 처음 발견한 로웰천문대다. 그러던 어느 날. 로웰은 우연히 해왕성 궤도의 관측값이 계산값과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해왕성 바깥쪽에 또 다른 미지의 행성(명왕성)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로웰이 타계하고 15년 뒤 미국의 아마추어 천문가 톰보는 이곳에서 실제 명왕성을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조경철 한국우주환경과학연구소장은 “오랜 논쟁 끝에 명왕성이 ‘퇴출’된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다른 태양계 행성보다 한국과 인연이 깊다는 사실은 기억해 둬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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