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실험 열 가지’

  • 입력 2006년 9월 2일 03시 00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실험 열 가지/로버트 크리즈 지음·김명남 옮김/336쪽·1만5000원·지호

논리와 증명으로 무장한 과학과 감성의 자극으로 얻어지는 ‘아름답다’는 표현은 병치하기가 불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 둘을 나란히 놓은 제목의 책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실험 열 가지’. 실험은 물론 과학 실험이다.

이 책은 과학사학자이자 철학자인 저자가 실험을 “아름답다!”고 표현하는 과학자들의 탄성에 의문을 가진 데서 출발했다. 저자는 과학 잡지의 독자와 누리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여 ‘아름다운 실험’ 열 가지를 선정했다. 갈릴레오의 경사면 실험부터 러더퍼드의 원자핵 발견까지 2500년간 과학의 발전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 실험들이 꼽혔다.

저자는 이 책에서 바로 그 실험들의 아름다움을 하나하나 보여 준다. 전제돼야 할 것은 미(美)의 기준. 저자가 정리한 미의 기준은 다음과 같다. 첫째, 세상에 대한 새롭고 깊이 있는 지식을 드러낼 것. 둘째, 실험에 관여한 모든 도구는 실험 결과를 나타내는 데 기여할 것. 셋째, 실험이 성공하면 이론적인 모든 의문은 해소돼야 하며 오직 세상의 신비에 대한 의문만이 솟아나도록 할 것.

가령 뉴턴의 프리즘 빛 분해 실험은 첫 번째 기준에 무엇보다 잘 들어맞는다. 햇빛이 프리즘을 통과해 무지갯빛으로 변하는 장면을 처음 본 당시의 사람들은 “아름답다”는 탄성을 터뜨렸을 법하다. 그러나 프리즘 실험의 아름다움은 색깔의 화려함이 아니다. 그 실험은 햇빛은 굴절률이 서로 다른 여러 가지 빛이 혼합됐다는, 빛에 대한 새로운 지식을 전달했기 때문에 아름답다.

쓸모없는 도구나 수식 등 군더더기 없는 효율적 실험의 아름다움은 에라토스테네스의 지구 둘레 재기가 으뜸이다. 그가 실험에 동원한 것은 간단한 기하학과 알렉산드리아에서 시에네 사이의 거리, 해시계가 전부였다. 이 고대의 수학자는 물체의 그림자 길이를 잰 뒤 기하학의 법칙을 적용해 지구의 둘레를 뽑아 냈다. 단순해서 아름다운 실험의 결정판이다.

갈릴레오의 피사의 사탑 실험은 ‘이론적인 모든 의문은 해소돼야 한다’는 세 번째 미의 기준에 잘 부합한다. 이 실험으로 물체는 무게에 상관없이 똑같은 속도로 떨어진다는 게 분명해졌고, 이후의 의문이란 물체를 떨어지게 하는 신비로운 힘은 무엇일까 하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실험들이 저마다 하나의 기준에만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사탑 실험은 ‘무게가 다르면 낙하 속도도 다르다’는 기존의 지식을 무너뜨렸다. 시계조차도 필요 없는 단순한 실험이기도 했다. 책에 소개된 실험들은 이렇듯 미의 세 요소를 다 갖춘 완벽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과학 이야기지만 실험들이 워낙 잘 알려졌고 평이하게 쓰여서 어렵지 않게 읽힌다. 실험만 묘사하는 게 아니라 과학자들의 생애와 성격에 얽힌 에피소드도 양념으로 섞여 있어 흥미를 돋운다. 원제 ‘The Prism and the Pendulum: The Ten Most Beautiful Experiments in Science’(2003년).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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