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이야기]<101>欲寡心誠

  • 입력 2006년 9월 6일 02시 58분


코멘트
가을이 왔다.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지만 후회와 반성의 계절이기도 하다. 예정했던 수확을 거두면 풍성함을 느끼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다. 적당한 후회와 반성은 삶의 활력소가 된다. 그러나 과도한 후회나 반성은 오히려 절망감을 준다. 절망감은 생활에 정성을 쏟지 못하게 하며, 때로는 진실에 대한 믿음을 포기하게 만든다.

‘欲寡心誠(욕과심성)’이라는 말이 있다. ‘欲’은 ‘욕망, 욕심, 기대하다, 바라다’라는 뜻이다. 이 글자는 ‘慾’과 거의 동일하게 사용된다. ‘慾’은 ‘욕심, 욕정’과 같이 일반적으로는 명사로만 사용된다는 점이 다르다. ‘寡’는 ‘적다, 적게 하다’라는 뜻이다. ‘寡雨地域(과우지역)’은 ‘비가 적게 내리는 지역’이라는 말이다. 옛날에 왕은 자신을 ‘寡人(과인)’이라고 불렀다. 이 말은 ‘寡德之人(과덕지인)’이라는 말에서 나온 것인데, ‘寡德之人’은 ‘덕이 적은 사람’이라는 뜻이다. 왕이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어 부르는 호칭이었다. ‘心’은 ‘마음’이라는 뜻이다. ‘誠’은 ‘정성스럽다, 진실하다’라는 뜻이다. ‘誠實(성실)’은 ‘진실하고 참되다’라는 말이다. ‘實’은 ‘참되다’라는 뜻이다. 이러한 의미를 정리하면 ‘欲寡心誠’은 ‘욕망을 적게 하면 마음이 정성스럽고 진실해진다’라는 말이 된다.

재물과 권세는 때로 삶을 편하게 하지만 그것이 행복을 보장하지는 못한다. 과도한 욕망을 가진 사람은 그러한 욕망을 이루기 위해 대개는 답답한 생애를 보내게 된다. 욕망을 줄이는 방법에는 간단한 것도 많다. 반드시 맛있는 것을 먹어야 한다는 욕망을 줄이면 우리는 건강한 식품을 먹을 수 있고, 불량식품을 없앨 수 있으며 자연 환경을 보전할 수 있다. 내가 반드시 출세해야 한다는 욕망을 줄이면 나의 삶에는 여유가 생긴다. 이러한 자세로 살아가는 사람의 행복은 하늘이 관장한다. 가을에는 후회와 함께 ‘欲寡心誠’의 자세를 생각해볼 일이다.

허 성 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