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세계의 문학’(민음사)이 30주년 기념호인 2006년 가을호의 권두언에서 밝힌 다짐이다. 1976년 가을 창간호가 발간된 ‘세계의 문학’이 이번 호로 꼭 30년을 맞았다.
별다른 기념행사를 열지 않는 대신 몇 가지 변화를 시도했다. 이 잡지가 제정한 ‘김수영문학상’의 문호를 기성 시인뿐 아니라 등단하지 않은 신인에게도 열기로 한 것, 등단 제도를 추천제에서 신인상 공모로 전환한 것 등이다. 신인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겠다는 취지다. ‘세계의 문학’은 이 같은 변화와 함께 재도약을 선언했다.
현실 참여적이었던 ‘창작과 비평’, 인문주의적이었던 ‘문학과 지성’이 탄탄하게 자리 잡은 상황에서 탄생한 ‘세계의 문학’은 차별화를 꾀해야 했다.
초대 편집위원이었던 평론가 유종호 씨는 “우리끼리만 인지하는 민족문학이 아니라 세계 문학 속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는 한국문학이 되어야 한다는 방향성을 가졌다”고 회고한다. 그래서 해외문학, 해외문화와의 활발한 접촉이 이뤄졌다. 밀란 쿤데라, 네이딘 고디머 등의 소설과 푸코, 데리다, 들뢰즈 등 철학자들의 이론이 소개됐다.
‘세계의 문학’을 통해 이름을 알린 국내 작가들도 많다. 한수산의 ‘부초’, 박영한 ‘머나먼 쏭바강’, 이문열 ‘사람의 아들’, 강석경 ‘숲속의 방’ 등의 소설이 이 잡지가 제정한 ‘오늘의작가상’을 수상하면서 베스트셀러가 됐다.
여기에 하일지의 ‘경마장 가는 길’, 서정인 ‘달궁’ 등의 소설과 고은 ‘만인보’ 등의 시가 ‘세계의 문학’에 실려 주목을 받았다. 소설가 이혜경 심상대 등은 ‘세계의 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30주년을 기념하는 가을호에는 2000년대 한국문학이 놓인 자리를 점검하는 특집 ‘오늘의 한국문학’을 비롯해 이문열 씨의 연재소설 ‘호모 엑세쿠탄스’, 김탁환 씨의 장편 ‘리심’ 등이 실렸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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