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공영채널 왜 이렇게 많나…지상파TV-라디오등 무려 11개

  • 입력 2006년 9월 6일 02시 58분


지상파 TV를 포함해 라디오와 케이블TV 등에서 국·공영 채널이 11개에 이르면서 업무 중복과 예산 낭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방송위원회의 한 위원은 KBS, EBS 등 공영 방송의 통폐합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고, 아리랑TV 등 정부가 지원하는 케이블TV에 대해서도 축소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

이런 가운데 한국정책방송(KTV)을 운영하는 국정홍보처는 내년부터 라디오 방송을 시작하려다 기획 예산처와의 협의 과정에서 이 계획을 보류한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국가나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채널이 늘어나는 것은 방송의 공적 영역을 축소하는 세계적 추세와 맞지 않는 데다 국민의 조세 부담이 커지고 방송사의 고위직이 정치적 보은이나 낙하산 인사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공영 방송 채널 11개=방송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를 제외한 국가 기관이 국고와 방송발전기금 등 공적 재원으로 운영하고 인사에 관여하는 국·공영 방송 채널은 모두 11개다.

KBS 1과 2, MBC, EBS가 가장 대표적인 지상파 공영방송이다. 국정홍보처 산하 영상홍보원은 80여억 원의 국고 지원으로 정부 정책을 홍보하는 KTV를 운영하며, 해외 홍보 채널인 아리랑TV는 방송발전기금을 주요 재원으로 운영되고 문화관광부 장관이 사장을 임명한다.

국방부 산하 기관인 국방홍보원이 국군방송인 KFN을, 문화부 산하 국립국악원이 FM 라디오 방송인 국악방송을, 경찰청 산하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은 FM과 이동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을 겸하는 한국교통방송(TBN)을 운영하고 있다. 대통령이 총장을 임명하는 한국방송통신대는 방송대학TV(OUN)를 가지고 있다. 정부와 별도로 국회사무처는 2004년 5월 국회방송을 개국했다.

방송법은 국가가 공공 목적으로 이용하는 채널은 케이블TV나 위성방송이 의무 방송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정부 기관의 방송 채널 사업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현재 KTV, OUN, 국회방송은 의무전송채널로 지정돼 있어 케이블TV 등 방송사업자들이 반드시 송출해야 한다.

▽기능 중복으로 예산 낭비와 끊이지 않는 인사 잡음=문제는 공영 채널이 많은 데다 채널간 기능이 중복돼 세금 부담이 커진다는 것이다. 해외 홍보가 목적인 아리랑TV는 KBS 해외 방송과 중복되며, KTV가 정부 정책을 홍보하고 국회 의정활동을 중계하는 데 별도의 국회방송이 필요한지도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일부 채널의 경우 방만한 운영과 도덕적 해이가 우려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방송위가 최근 발표한 ‘2005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고’에 따르면 아리랑TV는 지난해 59억 원이 넘는 당기순손실이 났으나 인건비 부담은 82억 원에서 90억 원으로 늘어났다. OUN과 TBN의 당기순손실은 61억 원과 228억 원이었다.

방송위의 ‘2005년 방송산업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KTV는 직원이 102명인데 이 중 임원이 8명이다. 최대 방송사인 KBS는 직원 약 5500명에 임원은 9명뿐이다.

정윤식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공영 채널의 과다로 국고 부담이 커지고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으므로 시장에 맡기기 어려운 방송의 공적 기능은 살리되 채널을 통폐합해 조직을 슬림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방석호 홍익대 법학과 교수는 “공영 방송의 전통이 강한 일본과 유럽 국가들도 최소한의 영역만 놔두고 나머지는 민간에 맡기는 추세”라며 “공공성을 명분으로 채널을 늘리는 것은 방송 경쟁력 제고에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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