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의 시각을 그대로 반영하는 사회과학원이 한민족의 고대 역사를 송두리째 중국 역사로 왜곡해 공식 연구 성과로 내놓은 것은 처음이다. 이는 2004년 역사 문제 관련 마찰을 해소하기 위해 맺은 한중 간 ‘구두양해(口頭諒解)’를 위반한 것으로 이에 따라 한중 간 역사 갈등이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사회과학원은 지난해 9월 변강연구센터 홈페이지에 올린 18편의 논문에서 기자조선, 위만조선, 고구려, 부여, 발해까지의 5개 왕조 역사가 고대 중국의 지방정권 역사라고 주장했다. 특히 발해는 중국 당(唐) 왕조가 직접 감독한 군(郡) 지역으로 기술됐다.
쉬더위안(徐德源) 정촨수이(鄭川水) 연구원은 ‘역대 중국 왕조의 동북 변경 통치 연구’라는 논문에서 “전국시대 연나라가 한강 유역까지 진출해 진번조선과 국경을 마주했다”고 주장했다.
웨이궈중(魏國忠) 연구원은 ‘발해국사’에서 발해 건국의 주도 세력이 말갈족이며 건국자 대조영(大祚榮)은 발해 초기 말갈을 국호로 채택했다고 주장했다.
이들 논문은 올해 안에 책으로 출간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길수(서경대 교수) 고구려연구회 이사장은 “논문 내용은 새로운 것이 아니지만 중국 정부가 이를 사회과학원의 공식 연구 성과로 인정해 발표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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