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하는 사람들이 박물관에 가만히 앉아 있는 문화재가 돼선 안 되지요. 국내든 해외든 들어주는 사람을 찾아가고, 그 사람들이 감동받고 행복하다고 느끼게 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할 일이죠.”
명창 안숙선(사진) 씨는 7월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열린 세계적인 월드뮤직 페스티벌 ‘WOMAD(World of Music, Arts & Dance)’에 다녀왔다. 1년에 몇 차례씩 해외 음악인들과 협연하는 그는 가장 한국적인 목소리만으로 세계인들을 감동으로 몰아넣는 소리꾼이다.
특히 이번 축제는 처음으로 월드뮤직 축제인 ‘WOMAD’와 손잡고 ‘소리-워매드(SORI-WOMAD) 페스티벌’을 연다. 1982년 영국에서 시작된 WOMAD는 지금까지 세계 24개국에서 150여 회 공연을 펼치면서 각국 민속음악을 현대적으로 재창조하는 축제로 자리 잡아 왔다.
메인 공연은 판소리 무대. 판소리 다섯 마당을 전승 바디(유파)별로 비교 감상할 수 있는 무대도 마련됐다. 올해는 다섯 가지 바디로 전해지는 판소리 ‘흥부가’가 5일 연속 공연될 예정. 작고한 명인을 집중 조명하는 ‘한국이 낳은 위대한 소리’ 첫 순서로 만정 김소희(1917∼1995) 명창 관련 전시와 공연도 열린다.
올해 축제의 대미는 해외 11개국에서 온 월드뮤직 아티스트와 국악인들이 함께 협연하는 ‘소리-워매드 페스티벌’(22∼24일)이 장식한다. 안숙선 씨는 티베트의 융첸라모, 남아공의 마호텔라 퀸스, 카메룬의 코모 음바시 등 세계적인 보컬리스트들과 함께 ‘여성의 목소리’ 공연을 펼친다.
채상소고춤의 명인 김운태 씨와 타악주자 최소리 씨가 옐렘바 다비잔(코트디부아르), 조지 히로타(일본) 등과 함께 펼치는 즉흥타악 잼 공연 ‘드럼 컬렉티브’를 비롯해 해금 주자 강은일 씨가 은팔리 쿠야테(기니), 암자드 알리 칸(인도) 등과 현악기를 협연하는 ‘스트링 워크숍’도 열린다.
안 씨는 “예전에 유럽 재즈 그룹 ‘레드선’의 반주에 맞춰 판소리 ‘수궁가’를 불렀고 이를 ‘토끼 이야기’라는 음반으로 낸 적이 있다”며 “그때 색소폰 연주자가 판소리를 잘 연주하는 것을 보고 세계의 음악은 다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전주세계소리축제 곽병창 예술감독은 “포르투갈의 파두, 아르헨티나의 탱고, 아프리카의 재즈 등 월드뮤직으로 발전한 민속음악들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현대화에 성공했다”며 “한국의 판소리도 월드뮤직이 될 수 있는 만큼 세계적 네트워크를 가진 ‘워매드’를 통해 새로운 길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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