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발레리나가 말을 한다…이색발레무대 ‘피가로의 결혼’

  • 입력 2006년 9월 7일 03시 01분


발레로 만나는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사진 제공 서울발레시어터
발레로 만나는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사진 제공 서울발레시어터
《발레리나의 목소리를 들어 보셨나요? 발레는 말없이 몸으로만 모든 것을 표현하는 ‘무언(無言)의 예술’. 하지만 무용수들이 춤을 추면서 연극배우처럼 대사도 주고받는 독특한 이색 발레가 무대에 오른다. 서울발레시어터(단장 김인희)가 ‘백설공주’ 이후 3년 만에 내놓은 대작 창작 발레 ‘피가로의 결혼’.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을 맞아 모차르트의 대표작을 발레로 새롭게 만들었다.》

‘피가로의 결혼’이 발레로 만들어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연극성이 두드러진다는 것. 서울발레시어터의 상임 안무가 제임스 전 씨는 “원작 오페라에서 대화체의 노래인 레시타티브에 해당하는 부분이 굉장히 긴데 이 부분을 압축해 일반 대사로 바꿨다”며 “관객들이 ‘몸의 언어’를 어려워하는 것 같아 좀 더 쉽게 작품의 스토리를 따라갈 수 있도록 하면서 발레의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웅장한 군무와 춤의 역동성도 최대한 살렸다”고 설명했다.

난생처음 무대 위에서 실제 대사를 주고받아야 하는 무용수들은 연극배우를 초빙해 발성 훈련과 연기 지도도 받았다.

발레 ‘피가로의 결혼’에는 원작 오페라와는 달리 모차르트와 모차르트의 아내 콘스탄트, 그리고 아버지도 등장한다. 전체적으로는 모차르트가 ‘피가로의 결혼’을 작곡하는 과정을 다루면서 ‘피가로의 결혼’을 극 중 극으로 선보이는 형식이지만, 실제 공연에서 극 중 극이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이른다. 여기에 모차르트가 아내, 아버지와 겪는 사랑과 갈등 그리고 삶의 모습들이 겹쳐진다. 극 중 극 ‘피가로의 결혼’의 내용은 원작 오페라의 내용과 구성을 거의 따랐다.

‘피가로의 결혼’은 경쾌한 유머와 개성적인 캐릭터, 그리고 아름다운 선율로 사랑받는 대표적인 모차르트 오페라. 바람둥이 알마비바 백작이 하인인 피가로의 약혼녀 수잔나를 넘보지만 피가로는 기지로 백작을 속이고 성공적으로 결혼을 한다는 내용이다.

무용수들의 대사는 극 중 극인 ‘피가로의 결혼’에서만 들을 수 있고 모차르트가 등장하는 부분은 대사 없이 춤으로만 표현된다.

오페라의 공연 시간은 3시간 40분에 이르지만 2막 4장으로 구성된 발레 ‘피가로의 결혼’은 1시간 50분으로 압축됐다.

모차르트 역은 2004년 서울발레시어터에 입단한 터키 출신의 무용수 키제이 키히칸이 맡았고 아버지 역은 하준국, 부인 콘스탄트 역은 전선영이 맡았다. 극 중 극의 주인공인 피가로 역에는 정경표, 알마비바 백작과 로지나 백작부인에는 정운식과 연은경이 각각 출연한다.

8일 오후 8시, 9일 3시, 7시.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 대극장, 2만∼7만 원. 02-2230-6624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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