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증후군 배우 강민휘 “대사 힘들지만 연기 신나요”

  • 입력 2006년 9월 7일 03시 01분


드라마 ‘피아노가 있는 풍경’에 조연으로 캐스팅된 국내 첫 다운증후군 배우 강민휘. 김동주 기자
드라마 ‘피아노가 있는 풍경’에 조연으로 캐스팅된 국내 첫 다운증후군 배우 강민휘. 김동주 기자
문소리 주연의 영화 ‘사랑해 말순씨’(2005년 11월 개봉)에서 우습고도 가슴 찡한 ‘동네 바보’ 연기를 보여 주었던 배우 강민휘(25).

‘국내 첫 다운증후군 배우’로 꼽히는 그가 11월 MBC 드라마넷에서 방영하는 드라마 ‘피아노가 있는 풍경’에 조연으로 캐스팅됐다. 1월 KBS2에서 방영된 드라마 ‘안녕하세요 하느님’에 카메오로 2회 출연한 데 이은 두 번째 드라마 작품이다.

‘피아노…’는 아버지를 여읜 4남매가 어머니(김성령)와 강원도 탄광촌 외삼촌 집으로 이사가 겪게 되는 어려움과 피아노에 대한 열정을 그린 드라마다. 황폐한 공간에서 꿈같은 피아노 선율에 빠져드는 초등학교 6년생 셋째아들 이현재(노민우)가 주인공.

“저는 현재의 형이에요. 머리가 나쁘지만 착하죠. 그런데 저 때문에 큰형이 죽는대요. 대사가 주인공보다 많아요.”

강민휘는 지능이 여섯 살 어린아이 수준에 머물러 있다. 글은 읽지만 무슨 뜻인지는 잘 모른다. 주인공보다 많은 대사를 어떻게 외우느냐고 물었더니 “벌써 머릿속에 다 들어 있다”고 자랑했다. 기획사의 연기 지도 강사가 상황을 설명해 주고 대사를 같이 연습한다.

연기자로서 그가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은 대사 전달이다. 주변 사람의 도움 없이는 정확한 의사소통이 어려울 정도로 발음이 어눌하기 때문.

“우는 연기도 힘들어요. 약을 넣지 않으면 눈물이 안 나오거든요.”

‘사랑해 말순씨’에서 그러했듯 그는 늘 웃고 다닌다. 촬영장에서는 배우 전도연, 축구 해설가 신문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성대모사를 해 스태프를 웃긴다. 뮤직 비디오 촬영을 위해 힙합 댄스를 배우거나 10년간 배운 플루트 솜씨를 뽐내는 일도 즐겁다.

천안 나사렛대 인간재활학과에 다닐 때도 강민휘의 ‘끼’는 유명했다. 학과 교수의 추천으로 연예 기획사의 ‘다운증후군 오디션’에 응시해 여덟 차례의 실기 테스트와 면접 끝에 ‘사랑해 말순씨’의 배역을 따냈다. 그는 22회 신에 출연해 400만 원을 받았다.

그는 “영화 ‘형사’에 나오는 강동원 같은 카리스마 있는 연기를 하고 싶다”며 “출연료를 모아 서울에 아파트를 사는 것도 꿈”이라고 말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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