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 50주기… 땅속에서 울었다

  • 입력 2006년 9월 7일 03시 01분


6일 오전 서울 중랑구 망우동 공동묘지에서 열린 화가 이중섭의 50주기 추모제. 이날 참석자들은 위작 논란의 여파로 별다른 추모 행사가 마련되지 못한 상황을 안타까워 했다. 사진 제공 한국미술품감정협회
6일 오전 서울 중랑구 망우동 공동묘지에서 열린 화가 이중섭의 50주기 추모제. 이날 참석자들은 위작 논란의 여파로 별다른 추모 행사가 마련되지 못한 상황을 안타까워 했다. 사진 제공 한국미술품감정협회
6일 오전 11시 서울 중랑구 망우동 공동묘지의 이중섭 묘소 앞에서는 조촐한 추모제가 열렸다. ‘국민화가’ 이중섭(1916∼1956)의 50주기를 기려 한국미술품감정협회가 마련한 자리였다.

이날 추모제에는 이중섭의 조카 이영진 씨와 10촌 동생 이호연 씨 등 유족, 이중섭이 원산사범학교에서 잠시 교편을 잡았을 때 후배 교사로 인연을 맺은 김인호 씨와 감정협회 회원 등 30여 명이 모였다.

이중섭 50주기 기념행사는 이날 추모식 하나뿐이다. 지난해 검찰의 이중섭 작품 위작 판정의 여파로 기념 전시회나 학술 세미나 등은 열리지 않았다. 협회 산하 한국미술품감정연구소 엄중구 대표는 “주제넘지 않을까 생각도 했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아 추모제를 준비했다”며 “고인의 뜻을 기려 좋은 예술가가 많이 나오기 바란다”고 말했다.

일본에 살고 있는 부인과 아들은 오지 않았다. 미술평론가 최석태 씨는 “일본에도 묘소가 있지만 50주기인 만큼 가족들이 한국을 방문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이중섭은 세상을 떠난 뒤 화장돼 한국과 일본에 각각 묘소가 있다.

최 씨는 “최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를 보니 이중섭이 일본인 부인과 결혼했다는 이유로 ‘친일파’로 여기는 학생이 많아 놀랐다”며 “이렇듯 이중섭에 대한 곡해가 많은데 본격적인 연구가 이루어지기는커녕 50주기 추모행사조차 변변치 못해 안타깝다”고 밝혔다. 조카인 이 씨도 “잇단 위작 시비로 고인의 예술혼이 제대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이날 행사는 추모제 뒤 참석자들이 함께 점심 식사를 하는 것으로 끝났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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