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란 씨의 뛰어난 ‘마이크로 묘사’(평론가 김윤식)는 여전하다. 그러나 그 섬세한 문체에 담긴 주제 의식은 깊고 원숙해졌다. 등단 10년째 펴내는 4번째 소설집 ‘웨하스’. 이수문학상 수상작인 ‘강의 백일몽’ 등 단편 11편을 묶었다.
문장에 들어간 공력보다도 삶에 대한 사유가 가깝게 다가온다. 새 소설집이 앞선 작품들과 다른 지점이 이 부분이다. ‘웨하스로 만든 집’이 대표적이다. ‘살얼음 밟듯 조심해서 걸었는데도 결혼생활은 10년밖에 이어지지 않은’ 여자. 그가 돌아온 옛집은 삭을 대로 삭았다. 어렸을 적 “과자로 만든 집이야, 마루는 웨하스로 만들었어”라며 자매들과 놀았던 기억이 있다. 인생이란 언제라도 무너질지 모르는 웨하스(웨이퍼)로 지은 집 같은 것이다. 영화적인 묘사라는 평가를 받는 작가지만 그가 전하는 메시지는 지극히 문학적이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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