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機關(기관)’은 ‘일을 하는 중요한 출입구’라는 말이다. 이 경우의 ‘機’는 ‘작용, 활동’이라는 뜻이다. 빗장을 걸어 문을 잠그면 두 개의 문짝은 서로 연결된다. 이런 모습으로부터 ‘통하다’는 의미가 생긴다. ‘關節(관절)’은 ‘마디가 서로 통하는 곳’이라는 말인데, 인체에서는 ‘뼈와 뼈가 연결되는 부분’을 나타낸다. ‘뼈마디가 서로 통하는 곳’이라는 말과 같다. ‘節’은 ‘마디’라는 뜻이다. 빗장으로 문을 닫으면 두 개의 문짝에 빗장이 끼어드는 모양이 된다. 끼어드는 것은 곧 참가하거나 관계하는 것을 나타낸다. 이에 따라 ‘關’에는 ‘관계하다, 참가하다’라는 의미가 생긴다. ‘關與(관여)’는 ‘관계되어 함께 있다’라는 말이다. ‘與’는 ‘무리가 되어 함께 있다’라는 뜻이다.
‘關係(관계)’는 ‘관계되어 이어지다’라는 말이다. ‘係’는 ‘잇다’라는 뜻이다. 문이 닫히면 두 개의 문짝은 나란히 붙어 있게 되어 평평하게 된다. 이에 따라 ‘關’에는 ‘고르다, 평평하다’라는 뜻이 생겨난다. 빗장을 걸어놓은 모양은 활에 화살을 걸어놓은 모양과 비슷하므로 ‘關’에는 ‘시위를 당기다’라는 뜻이 있다. ‘關弓(관궁)’은 ‘활의 시위를 당기다’라는 말이다. 빗장은 두 개의 문짝에 있는 구멍을 뚫고 지나가므로 ‘關’에는 ‘뚫다, 꿰뚫다’라는 의미도 있고, 비뚤게 걸려 있는 빗장의 모양으로부터 ‘엇걸리다’라는 의미도 생겨났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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