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言不顧行(언불고행), 行不顧言(행불고언)’이라는 말이 있다. ‘言’은 ‘말’이라는 뜻이다. ‘格言(격언)’은 ‘바로잡아 주는 말’이라는 뜻이고, ‘苦言(고언)’은 ‘상대방에게 도움이 되는 쓴 말’이라는 뜻이다. ‘格’은 ‘바로잡다’라는 뜻이고, ‘苦’는 ‘쓰다’라는 뜻이다. ‘顧’는 ‘뒤돌아 보다’라는 뜻이다. ‘顧客(고객)’은 ‘항상 돌아보아 주는 손님’, 즉 ‘단골손님’이라는 뜻이다. ‘行’은 ‘실행, 행동’이라는 뜻이다.
이상의 의미를 합치면 ‘言不顧行’은 ‘말을 하고, 행동을 돌아보지 않는다’, 즉 ‘자기가 한 말에 대하여 책임을 지지 않는다’라는 말이며, ‘行不顧言’은 ‘행동을 하면서 자기가 한 말을 돌아보지 않는다’, 즉 ‘행동을 자기가 했던 말대로 하지 않는다’라는 뜻이다. 결국, 말을 할 때는 행동으로 옮길 때의 문제를 미리 생각하고, 행동할 때는 자기 말대로 하고 있는가를 돌아보라는 의미가 된다. ‘多言數窮(다언수궁)’이라는 말도 이런 내용을 나타낸다. ‘말을 많이 하면 수가 막힌다’라는 말이다. ‘數’는 ‘바둑이나 장기의 수’, 즉 ‘방법, 방도’라는 뜻이고, ‘窮’은 ‘사라지다’라는 뜻이다. 말을 많이 하다 보면 스스로 행동할 여지가 줄어든다는 뜻이니 말은 아껴서 하는 것이 좋은 모양이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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