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전설적인 바이올리니스트 레오니트 코간의 딸 니나는 어릴 적 ‘그’의 모습을 이렇게 회상했다.》
스탈린 체제 하에서 3000만 명이 숙청당했던 1930년대 소련. 사회주의 리얼리즘에서 벗어난 작품은 ‘인민의 적’이라고 가차 없이 숙청당하던 시대에 ‘그’와 코간이 밤늦게 창문을 닫고 서방 작곡가의 음악을 들었다는 증언은 정말 흥미롭기 그지없다.
25일은 소련의 위대한 작곡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1906∼1975)가 태어난 지 100주년이 되는 날. 쇼스타코비치에 대한 시각은 친(親)체제 작곡가에서 스탈린 체제의 억압에 짓눌려야 했던 음악가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탄생 100주년을 맞은 쇼스타코비치에 대한 지나친 이데올로기적 해석은 그의 풍부한 음악세계를 가로막는 일일지도 모른다.
올해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던 쇼스타코비치의 탄생을 기념하는 음악회가 국내에서 잇달아 가을무대를 장식한다. 특히 러시아 지휘자가 지휘하는 빈 필하모닉,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등 세계적인 오케스트라가 강렬하고 웅대한 사운드로 쇼스타코비치의 대표작을 연주할 예정이어서 관심을 끈다.
두 작품은 소련당국과 복잡한 관계를 맺어야 했던 쇼스타코비치의 대표적 교향곡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교향곡 5번’은 오페라 ‘므첸스크의 레이디 맥베스’로 숙청 위기에 처해 있던 쇼스타코비치를 복권하게 해 준 작품. 1악장과 3악장의 비극적 분위기를 일소하는 4악장의 강력한 타악기 향연은 인간의 불굴의 의지를 그려낸 베토벤의 ‘운명’과도 비견된다.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교향곡 9번’은 소련의 제2차 세계대전 승리를 그린 전쟁 교향곡 3부작 중 마지막 작품. 그러나 단순하고 유머러스하게 작곡된 이 교향곡에 대해 1946년 여름 소련공산당중앙위원회는 ‘퇴폐적 부르주아 예술’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한편 서울시향은 22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쇼스타코비치 탄생 100주년 기념 음악회’를 연다. 쇼스타코비치의 오페라 처녀작 ‘코’ 서곡과 첼로 협주곡 1번(첼리스트 리웨이 협연), 폐암으로 세상을 떠나기 4년 전 작곡한 교향곡 15번까지 작곡가의 음악 여정을 느낄 수 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쇼스타코비치 기념 공연 일정 오페라 ‘므첸스크의 레이디 맥베스’ 22일 오후 7시, 24일 오후 5시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3만∼15만 원. 02-2646-1074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21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5만∼40만 원), 22일 서울상암월드컵경기장(2만∼20만 원).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9번, 사라사테 ‘치고이너바이젠’(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 협연) 등. 02-2368-1515 서울시향 쇼스타코비치 탄생 100주년 음악회 22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1만∼5만 원. 02-3700-6300 BBC심포니 오케스트라 10월 21일 오후 5시 성남아트센터, 10월 22일 오후 2시 반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 등. 3만∼16만 원. 02-751-9607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오케스트라 11월 7, 8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 등. 4만∼14만 원. 02-751-96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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