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김선정]비엔날레, 세계와 호흡하라

  • 입력 2006년 9월 1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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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하반기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는 ‘광주 비엔날레’ ‘상하이(上海) 비엔날레’ 등 도시 이름을 붙인 11개의 비엔날레가 열린다. 비엔날레(2년) 혹은 트리엔날레(3년) 같은 대규모 전시회는 현대 미술의 흐름과 국제적인 작가의 작품을 한 번에 조망할 수 있게 한다.

특히 아시아지역 비엔날레는 도시의 관광개발 정책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 특징이다. 대표적인 예가 올해 시작되는 싱가포르 비엔날레다. 현대미술에 관심이 있는 관람객들이 도시에 흩어진 작품을 찾아다니면서 도시의 여러 이야기들을 발견하도록 기획됐다.

그에 비해 상하이 비엔날레의 경우 관(官) 중심의 비엔날레는 상하이미술관에서 열리되, 전시회 기간 중 시내 곳곳의 전시장에서 작가나 큐레이터에 의한 자발적인 전시가 진행된다. 그런데 관 중심의 전시보다 자발적인 전시에서 오히려 중국 작가들의 폭발적인 에너지가 표출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양푸둥, 수젠, 차오페이 등 중국의 젊은 스타 작가들이 이 같은 ‘장외 비엔날레’를 통해 세계 미술계에 알려졌다.

올해로 6회째를 맞은 광주 비엔날레(8일 개막)는 1995년 첫해 폭발적인 관람객 수를 기록하면서 아시아 비엔날레가 세계적인 관심을 끄는 계기를 만들었다. 올해는 ‘아시아’를 화두로 서구 중심이 아닌 아시아의 눈으로 현대미술을 재조명하고자 한다.

광주 비엔날레가 광범위하게 ‘아시아의 지역성’을 탐구하는 것이라면 부산 비엔날레는 부산과 서울이라는 두 도시를 연계하여 부산 여기저기에서 미술을 만나게 한다. 다음 달에는 미디어아트를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미디어시티 서울’이 서울시립미술관을 중심으로 열린다. 초점에 차이는 있지만 비엔날레가 도시 이름을 앞세워 도시를 홍보하고 관광 산업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한 점은 비슷하다.

이 같은 관광 홍보 목적 외에 미술계가 비엔날레를 통해 지향하는 것은 무엇인가? 먼저 전시회가 열리는 도시나 그 국가 출신의 작가들을 세계 미술계에 소개한다. 또 비엔날레에는 많은 예산이 들기 때문에 좋은 작품의 생산을 도울 수도 있다. 다만 현대미술이 가진 아방가르드 정신 혹은 작가들의 다양한 제안들이 행사를 주최하는 도시의 요구와 항상 맞을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비엔날레는 대규모 전시여서 일반 관객들이 작가나 작품의 의도를 하나하나 자세히 이해하기 힘들다. 따라서 대규모의 예산이 들고 일회성 이벤트로 그칠 수도 있는 비엔날레보다 그 지역에 좋은 미술관을 마련해 지속적으로 작가들이 관객에게 다가가는 것이 필요하다.

비엔날레 전시는 폼 나게 작품들을 관람객에게 보여줄 수 있지만 관람객들이 얼마나 작가들의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을까? 투입되는 많은 비용에 걸맞게 작가나 작품들을 소개하는 경제성이 있는지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최근 문화 각 방면에서 담론을 형성하고 있는 주제인 ‘아시아’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왜 아시아인가? 아시아의 고도성장 에너지와 역동적 비전은 아시아 미술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예술 시장에서 아시아 작가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아시아 컬렉터의 부상으로 아시아 미술은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 세계 미술계는 서구 중심에서 벗어나 여러 다른 지역에 관심을 갖게 돼 아시아뿐만 아니라 남미, 아프리카 등에서 새로운 작가를 찾으려고 노력한다.

세계 예술계에서 ‘아시아’의 위상이 높아졌지만 이제는 좀 더 정교한 우리 한국만의 무엇인가를 생산해 내야 할 때라고 생각된다. 비엔날레도 한 도시나 국가를 뛰어넘어 전 세계와 유기적으로 호흡을 맞추는 장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김선정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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