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너무 솔직해서 순결해” “그렇지만 제정신은 아니지”

  • 입력 2006년 9월 16일 03시 00분


■ KMTV ‘… 순결한 19’ 김태은 PD-정재용 MC 만나보니

청코너. 키 180cm. 몸무게 극비. 1995년 그룹 ‘DJ DOC’의 래퍼로 데뷔. 2월부터 ‘순결한 진행자’로 활동 중인 그는 바로 정.재.용(33).

홍코너. 키, 몸무게 노코멘트. 2004년부터 PD 시작. 2월부터 ‘순결한 PD’를 자처한 그녀는 바로 김.태.은(26).

이제 두 사람이 ‘또라이 타이틀매치’를 벌인다. 두 사람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자마자 서로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누가 진짜 또라이죠?” 기자의 질문이 끝나기 무섭게 “당연히 나지” “아냐 내가 더 또라이야” 식의 ‘구강암투(口腔暗鬪)’가 벌어졌다. 링 위에서 마주친 미녀와 야수 같다.

○ Round #1…누가 더 또라이 인가

▽정재용=“내가 아마 ‘신화’의 에릭이었다면 ‘또라이’란 말 짜증났을 텐데 난 ‘순결한 재용’이니까. 이젠 망가지는 게 생활의 일부가 됐어!”

▽김태은=“전 이미 대학 시절부터 또라이였어요. 이젠 강도가 세졌으면 세졌지 절대 수그러들지 않아요.”

매주 수요일 오후 11시에 방송되는 케이블 음악채널 KMTV의 ‘재용이의 순결한 19’는 김 PD와 진행자 정재용의 합작품이다. 이들은 ‘훔치고 싶은 가슴을 가진 연예인’, ‘성형 의혹에 시달리는 연예인’ 등 연예계 화제들을 ‘Best 19’로 묶어 공론화시킨다. 생소한 차트쇼 형식과 정재용의 솔직한 입담이 어우러져 ‘B급 방송’을 이뤄 낸 것. “뭐 저런 프로그램이 다 있어” “너 그거 봤니” 등 시청자들의 반응은 극과 극으로 엇갈린다.

▽김=“뭐가 순결하냐고 불평하시는 분도 많죠. 가식적인 칭찬만 하는 방송은 지겨워요. 연예인의 솔직한 모습을 보여 주는 것 자체가 순결하지 않나요?”

▽정=“프로그램에 대한 반응이 ‘싫다’와 ‘좋다’ 딱 두 가지예요. 싫어하는 분들은 이유가 장황한데 좋아한다는 분들은 이유가 없는 게 특징이죠.”

프로그램 기획은 단순했다. 7개월 전 “지상파에서 시도하지 않은 것을 해보자”는 논의가 나왔고 입사 2년차 김 PD는 진행을 말주변 없는 정재용에게 맡기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DJ DOC’의 다른 두 멤버보다 덜 악동스러운 그에게 잠재력이 있을 것 같았다”는 게 그녀의 설명. 그러나 정재용의 얘기는 달랐다.

▽정=“가요 순위 프로그램인 줄 알고 거절하러 김 PD를 만났죠. 그런데 ‘순결한 19’ 제목을 듣는 순간 1분을 웃었어요. 무엇보다 저보다 일곱 살 어린 PD의 눈에서 함께 즐겨 보자는 눈초리를 발견했는데 왠지 ‘야, 이거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 Round #2…누가 더 순결한가

물론 방송은 평탄하지 않다. “방송이 장난이냐”며 ‘폐지’ 요청 글이 끊이지 않고 ‘동방신기’의 팬들은 정재용의 입에서 ‘동’자만 나와도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그럼에도 이들은 꿋꿋하다.

▽김=“사람들이 그저 웃고 넘길 수 있는 ‘저(低)관여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어요. 우리나라의 맹목적인 엄숙주의를 타파할 수 있는….”

▽정=“시청자들이 나무보다 숲을 봤으면 해요. 연예인의 티끌을 잡아서 깔아뭉개는 게 아니라 연예인과 시청자의 윤활유를 찾는 겁니다. 왜 연예인들은 좋은 이미지만 드러내고 나쁜 이미지는 숨기는지 모르겠어요.”

양철판 하나로 방송하는 모습, 회당 10만 원이 될까 말까한 제작비를 비롯해 영구 차림 등 매주 단점을 극대화해 등장하는 정재용은 ‘B급’을 넘어 ‘키치’적이다.

▽김=“B급 문화는 ‘마이너인 척하는 메이저들의 문화’라고 할까요? 메이저들이 전략적으로 이를 표방하는 것 같아요. 과거와 달리 B급이라는 어감도 나쁘진 않죠. 하지만 우린 B급도, 키치 문화도 표방한 적이 없어요. 그저 단순한 수식일 뿐이죠.”

앞으로 다뤄 보고 싶은 주제를 묻자 ‘뒤로 막아 실종된 연예계 사건들’이라며 “더 강해지기 위해 전지훈련도 필요해”라고 맞장구친다.

“우린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 주는 또라이들입니다. 잘 어울린다기보다 서로 끼를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편안한 사이라고 할까요?”(정)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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