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책읽기의 마력에 푹 빠뜨릴 판타지 동화다. 주인공인 5학년생 나온이가 ‘비밀의 화원’에서 겪는 일들이 무척 흥미롭다.
‘비밀의 화원’은 바로 넝쿨집 안에 있다. ‘넝쿨집’은 담쟁이넝쿨이 온 집을 덮고 있어 나온이가 붙인 이름이다.
엄마가 어릴 적 살았고 나온이도 태어났다는 그 집. 그러나 나온이는 그 집에 대한 기억이 없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가 재개발지역으로 정해져 이사를 가야 하는 나온이네는 근처 다른 아파트를 구할 형편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식구들을 마음대로 하고 싶어 하는 고집쟁이’ 엄마는 그 집을 팔려고 한다.
나온이는 아빠의 심부름으로 그 집에 가게 된다. 그 집에는 ‘우거진 수풀 뒤에 멋진 풍경이 있는’ 뜰이 있었다. 나온이는 그 집이 낯설지가 않고 수풀이 우거진 뜰이 좋다. 나온이는 거기서 기막히게 좋은 향기를 맡는다. 그 향기는 어릴 적부터 천식으로 고생하고 있는 나온이의 가쁜 숨을 진정시켜 준다. 그리고 한 남자 아이를 만난다.
나온이는 고등학교 선생님인 아빠가 그 집이 있는 동네로 학교까지 옮기고 엄마 몰래 일 년여 동안 집수리를 해 왔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나 엄마는 나온이가 그 집에 가는 걸 무척이나 싫어한다. 그래서 나온이는 엄마 몰래 그 집에 다니기 시작한다.
그 집에서 만난, 라온이라는 남자 아이는 진작부터 나온이를 알고 있었던 것처럼 허물없이 대한다. 나온이는 라온이가 어떻게 잠긴 대문을 열었는지, 왜 자기가 혼자 올 때만 그 집에 있는지 궁금해하면서 꽃들을 구경하고 초롱꽃 향기를 맡는다.
황선미 씨는 어렸을 때 읽은, 두 개의 카드가 차츰 포개지듯 공간이 포개지는 공상소설에서 모티브를 따왔다고 한다. 현실 공간 뒤로 판타지 공간이 숨어 있다. 그래서 현실의 나온이는 판타지의 라온이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같이 논다.
‘비밀의 화원’에 얽힌 진실은 뭘까. 외국동화 ‘비밀의 화원’에서 숨을 죽이고 그 진실을 따라갔듯이 따라가 보자. 그리고 이야기 사이사이 나타나는 김윤주 씨의 밀도 높은 그림이 자신이 상상한 장면과 어떻게 같고 다른지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김진경 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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