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미국 공연계는 뮤지컬 ‘렌트’가 휩쓸었다. 젊고 가난한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다룬 ‘렌트’는 그해 토니상 최우수 뮤지컬상을 비롯해 퓰리처상, 뉴욕 드라마 비평가상 등 주요 뮤지컬상을 모두 수상했고 지금까지도 꾸준히 무대에 올려져 사랑받고 있다.
하지만 정작 7년 동안 가난과 싸우며 ‘렌트’의 각본과 작사, 작곡을 맡았던 35세의 천재 예술가 조너선 라슨은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이 뮤지컬의 성공을 보지 못했다. 그는 지나친 과로로 첫 공연을 하루 앞두고 급성 대동맥 혈전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런 배경을 알고 ‘렌트’를 보면 작품 속 예술가들의 가난한 삶이 더 생생할 수밖에 없다. ‘주어진 시간은 영원하지 않고, 순간에 충실한 삶이 아름답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여주인공 미미의 노래 ‘오늘밖에 시간이 없어(No Day but Today)’ 또한 소름 끼칠 만큼 절실히 와 닿는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더 즐길 수 있는 것이 뮤지컬. 그래서 뮤지컬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작품을 알아야 한다. 이 책은 공연장에 가기 전에 읽고 가면 좋을 법한 실용적인 성격의 ‘뮤지컬 길잡이’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지금 공연하고 있거나 국내에서도 조만간 막을 올릴 예정인 ‘현재 진행형’의 뮤지컬들을 다루고 있다는 점과 대중에게 눈높이를 맞춰 썼다는 점이다.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라는 ‘공식’ 직함보다 뮤지컬 칼럼니스트로 더 유명한 저자는 1981년 초연된 ‘캣츠’부터 현재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가장 인기 있는 최신 뮤지컬 ‘빌리 엘리엇’(2005년)에 이르기까지 48편의 뮤지컬을 소개했다. 대부분 영미권의 뮤지컬이지만 기존 뮤지컬 서적에서는 거의 다루지 않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미스터리스’와 ‘우모자’ 그리고 프랑스 뮤지컬 ‘마르탱 게르’와 ‘노트르담 드 파리’ 등도 담겨 있다.
‘초보 관객’에게는 가장 기초적인 정보인 줄거리(의외로 많은 뮤지컬 관련 서적에서 줄거리는 소홀하게 압축된다)부터 캐스팅 일화와 제작 배경, 흥행 기록 그리고 작품이 만들어질 당시의 사회적, 문화적 맥락까지 두루 짚었다.
‘레미제라블’의 코제트가 맥주잔을 들고 있거나(독일) 훌라춤을 추고(하와이) 부채를 들고 있는(싱가포르) 등 지역마다 달라진 포스터 마케팅부터 ‘무비컬’(영화와 뮤지컬을 넘나드는 작품)을 비롯한 최근 뮤지컬계의 경향 등 공연 종사자가 봐도 관심을 가질 만한 내용이 풍성하게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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