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왕 즉위 60주년을 맞은 태국. 그러나 15일 밤 태국 소녀 1만 4000여명에겐 한국인 다섯 남자들의 몸짓 하나가 더 감격스러운 밤이었다. “동방 국가를 살고 싶어”같은 맞춤법 틀린 현수막, 펄레드 빛 티셔츠를 입고 “동방신기 사랑해요”를 목이 터져라 외치는 여학생, 월드컵 악세서리를 하고 “동~방신기”를 외치는 팬 등 ‘동방오빠’들을 향한 태국 소녀들의 열광을 통해 한류(韓流)를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태국 방콕의 ‘임팩트 아레나’ 콘서트장에서 열린 5인조 그룹 ‘동방신기’의 첫 태국 콘서트는 2집 ‘라이징 선’ 활동의 마무리 투어이자 한국, 일본, 말레이시아에 이은 아시아 투어의 최종판. 이미 태국에서 콘서트 발표가 있은 직후 1만2000장의 표가 매진 됐고 현장 판매 2000장까지 모두 동이 날만큼 이들의 인기는 대단했다.
무대비 10억, 공연 스탭 100명 등 매머드 규모의 이 날 무대는 올 2월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 설치됐던 무대를 축소해 뱃길로 가져왔다.
투명한 사각 캡슐을 타고 내려온 ‘동방신기’는 2집 수록곡 ‘투나잇’으로 시작, ‘허그’, ‘믿어요’ 등 발라드 곡을 감미로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후 톱니바퀴와 기계 등 물질만능주의를 표현한 무대로 ‘트라이앵글’, ‘프리 유어 마인드’ 등의 댄스곡들로 분위기를 반전시켰고 ‘마법의 성’을 부를 때는 멤버들이 무대 앞에 마련된 기구를 타고 무대 위로 올라가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이 날 공연장을 찾은 어라타이(40) 씨는 "직접 보니 태국가수들과 달리 노래와 춤 모두 완벽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날 공연은 ‘동방신기’에게도 뜻 깊었다. 아직 본격적인 진출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태국 진출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 현재 이들은 태국 내 최대 음반사인 ‘GMM 그래미’를 통해 라이센스 음반만 유통시켰을 뿐이지만 현지 반응은 ‘슈퍼주니어’, ‘신화’와 함께 태국 음악계 최고 인기 그룹 ‘빅3’로 통한다.
한국 가요계가 태국 음반 시장에 관심을 갖는 것은 아이돌 그룹으로 대표되는 ‘틴 팝’ 시장이 태국 음악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데다 MP3로 황폐화 된 국내와 달리 아직도 CD, Tape 등의 음반 시장이 살아있기 때문.
SM 엔터테인먼트의 한세민 해외사업 총괄이사는 “태국은 일본, 중국으로 대표되는 북아시아와 동남아시아를 잇는 중심지로 동남아시아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김범석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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